또 한 번의 월드컵을 유치하겠다며 2022년 월드컵 유치 전쟁에 뛰어든지 1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유치 결정일도 딱 9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어제가 월드컵 유치 결정일인 12월 2일까지 딱 100일이 남았는데요. 사상 처음으로 2018년과 2022년, 두 개의 월드컵 개최국이 이날 동시에 발표되는 가운데 유치 전쟁에 뛰어든 9개국(공동개최로 따지면 11개국) 가운데 어떤 나라가 월드컵 개최의 영예를 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판세를 보면 2018년에는 유럽, 2022년에는 비유럽 국가에서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요. 유럽의 경우에는 잉글랜드, 러시아가 다소 앞서 나가는 형세고 공동개최국으로 신청한 네덜란드-벨기에, 스페인-포르투갈이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두 대회 중에 하나는 무조건 유럽이 가져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그 시기가 2018년이 될 것으로 보여 한국을 비롯한 일본, 호주, 카타르 등 비유럽권은 2022년에 올인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8, 2022년을 동시에 신청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상 2022년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2022년 유치 전쟁 상황은 그야말로 안개속입니다. 저마다 장단점이 너무 뚜렷한 만큼 경쟁이 정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잘 갖춰진 인프라와 IT 기술을 앞세워 2002년에 이어 20년 만에 월드컵 유치에 도전장을 던졌고, 미국은 막대한 자금력, 호주는 사상 첫 오세아니아 대륙 개최를 앞세워 저마다 월드컵을 유치해야 하는 정당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또 카타르는 막강한 오일 달러를 앞세워 경기장에 최신식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첨단 시설을 갖춘 월드컵을 하겠다고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좁은 땅덩어리와 국제 대회 개최 능력 부족 등이 카타르에게는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을 개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이 유치에 타격이 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국제축구계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특히 유럽인들에게 여전히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약점을 지니고 있으며, 호주는 유치활동 과정에서 진주목걸이 등 뇌물을 돌린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올림픽,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100일을 남겨놓고서는 더 많은 변수들과 색다른 공약, 유치 활동들이 투표권을 쥐고 있는 집행위원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상황은 계속 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유치 활동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월드컵을 유치하려는 나라 분위기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드컵 유치권을 준다 할지라도 관심이 떨어지고 관중이 적다면 국제축구연맹(FIFA) 입장에서는 당연히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의미에서 놓고 볼 때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 열기는 너무나도 떨어져있다 못해 무관심하게만 느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월드컵 한국에서 한 번 더 하면 좋겠네"하는 반응 정도는 있지만 이것이 전국민적으로, 또 범정부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공동 개최'로 따낼 수 있었던 것은 정몽준 FIFA 부회장을 비롯한 유치위원회의 엄청난 노력과 함께 전국민적인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한국 경기가 열리는 곳마다 2002년 월드컵 로고가 박힌 깃발을 들고 응원하는 우리나라 응원단의 모습이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는데요. 일본보다 한참 늦게 유치 전쟁에 뛰어들었음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런 국민적인 열기와 성원이 유치 위원들에 잘 전달됐기에 그야말로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2022년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전국민적인 열기는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고, 그렇다고 뭔가 획기적인 홍보 방안도 나오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치위원회나 대한축구협회 정도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뿐 범국민적인 열기나 관심을 갖는 것까지는 아직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에는 아무래도 월드컵보다는 K-리그, 나아가 국내 축구 저변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더욱 신경 쓰자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인식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가운데서 2022년 월드컵까지 유치하면 과연 제대로 감당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유치 신청을 한 상태고 기왕 유치하고 싶다면 제대로 유치 활동을 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유치 결정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정말로 월드컵을 유치하고 싶다면 축구 경기할 때만 2022 월드컵 유치를 홍보할 게 아니라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색다른 방식으로 홍보를 강화해서 국민적인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이 유치할 수 있는 가장 큰 강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붉은악마 응원단, 길거리 응원이며 이것이 FIFA 실사를 통해서도 강점으로 확인된 바 있는데요. 좀 더 역량을 발휘하고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서 기왕 유치 활동 하는 김에 뭔가 제대로 된 한국 축구, 그리고 한국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 유치위원회와 축구협회의 향후 행보를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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