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0일 새벽 허익범 특검의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도중에 테러를 당했다. 김 지사가 특검사무실을 나와 승용차로 향하며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한 중년남성이 김 지사를 휴대폰으로 가격했으며, 이어 뒷덜미를 거칠게 잡아채 김 지사가 몇 걸음을 끌려가기도 했다.

김 지사는 갑작스런 폭행 테러에 매우 침착한 모습이어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다친 곳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안도를 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김 지사의 상처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목덜미에 두 군데 상처가 났으며, 한 곳은 깊이 패기까지 했다.

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드루킹 특검사무실에서 두 번째 조사를 마치고 나오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50대 남성에게 뒤통수를 한 차례 가격당하고 뒷덜미를 잡힌 뒤 셔츠가 풀어진 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기동민 의원은 김 지사의 피격을 ‘백색테러’라고 규정하고,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김 지사는 “제가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요. 액땜한 셈 치려고요”라고 일을 키우지 않으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언론들이 김 지사가 테러를 당한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얼마 전에 있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폭행사건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당일 모든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뉴스 채널이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며, 자유한국당은 김 대표를 폭행한 청년의 배후를 밝히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김경수 지사가 폭행을 당한 사건에는 “화난 시민이 뒤에서 잡아끄는 돌발상황‘ ’해프닝‘ 등으로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뉘앙스를 풍기는가 하면, 아예 중요한 사건으로 다루지 않았다. 목부위가 살이 파일 정도로 가격을 당했다는 것은 결코 해프닝이 될 수 없는 심각한 것이다. 이런 중요한 사건을 지상파들은 주요 뉴스로는 전혀 다루지 않았고, JTBC <뉴스룸>에서 가볍게 다룬 것이 전부였다.

언론보다 더 이상한 것은 김경수 지사의 소속정당인 민주당의 반응이다. SNS로 김 지사의 소식을 전한 기동민 의원과 전현희 의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김경수 지사에 대한 언급조차 없으며, 민주당도 김현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잠깐 언급하는 정도의 소극적 대응을 보였을 뿐이다.

YTN 뉴스 보도영상 갈무리

그런가 하면 일부 언론은 김 지사 폭행범의 일부 경력을 굳이 강조해 오히려 의혹을 사기도 했다. 그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재명 지사 트위터였다. 사건 발생 후 이재명 지사 트위터는 ’비서실‘ 명의로 폭행범 천 씨를 ”경기도청 앞에서 연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반대 집회를 진행한 천모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가격한 혐의로 검거됐다“는 글을 게재했다. 김 지사가 테러를 당한 사건에 굳이 이재명 지사를 반대해왔던 인물이라는 설명이 굳이 필요했었는지는 다소 의아한 일이다.

어쨌든 이재명 지사 트위터의 정보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김 지사 폭행범은 매우 복잡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중 가까운 이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자 모임인 손가혁(손가락혁명군)이었다. 그는 2017년 1월 손가혁 광주 출정식에서 연설자로 나설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반 이재명으로 돌아서 이 지사를 집요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

뭔가 수수께끼를 잔뜩 안고 있는 인물의 테러 사건임에도 언론은 애써 이 사건을 피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무리가 아니다. 심지어 김경수 지사에 대한 특검 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테러 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은 쉬이 이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삼 사건을 보도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권력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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