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과 관련한 질의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이번 개각은 위장전입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낙마하는 내각이다. 위장전입을 필수코스라 치고, 부동산 투기만 적용하더라도 최소한 절반 이상은 탈락하는 내각이다.

이런 개각을 두고 한나라당은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는 전원 살리겠다는 입장이고, MB는 앞으로는 엄격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가히 아큐의 정신승리법에 비할 만하다.

위장 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석연치 않은 돈도 막 써댔지만, 자신들만의 정신승리법을 가동하여 수많은 모욕과 혐오감에도 불구하고 끝내 능력은 괜찮다고 우겨대고 있다. 야박할 것도, 상스러울 것도 없다. 지금 청문회를 하고 있는 이들이 국무위원이 된다면 사상 최악의, 잡스런 내각이다.

세세한 평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경우 불법대출ㆍ재산축소신고ㆍ박연차 게이트 연루 등의 의혹에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쓰고, 관용 차량을 부인의 개인 차량으로 둔갑시키고, 서울 출장에서는 1박에 93만원 하는 특급호텔을 이용했다.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순 없지 않느냐"는 그의 대답은 이번 청문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절개한다.

한결같이 왕따를 당했다던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세 딸은 중학교 입학 직전 모두 위장 전입을 했고, 이후 외고를 거쳐 일류대에 안착했다. 그 사이 신 후보자는 5차례 위장전입과 17차례의 부동산 거래를 감행했다. 최근 2년 사이 2번의 이사를 해본 입장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분주했을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쯤 되면 그는 자격증 없는 공인중개사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비단, 김태호 신재민 후보자만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개각 대상자 전체가 위장전입은 필수요 부동산 투기는 옵션인 인생을 살아온 이들이다. 왜 하필이면 이처럼 하나 같이 하찮은 도덕성을 지녔으며, 능력 또한 별로 검증되지 않는 이들을 임명해야 하는 것인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어제 SBS <8시 뉴스>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언제부터인가 청문회 스타라는 말 자체가 사라진 듯하다'며,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청문위원들의 치열함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면 타당하면서도 '죄송 청문회', '송구한 청문회'라는 이름이 붙은 이런 청문회의 현실에서 '스타'가 등장할 수 없다. 청문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 회의가 드는 마당에 스타는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언론의 '합리적 비판'이다. 이런 청문회 판이라면 단호히 엎어야 한다. 청문회를 중계하거나 감상하는 것만으로 언론의 역할이 다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만 켜지면, 거듭 송구스러우며,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인생의 교훈으로 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후보들이 도대체 왜 국무위원이 돼야 하는 것이냐고 언론은 정곡을 찔러야 한다. 익명의 취재원에 숨어서 '1~2명은 낙마 할 것'이라는 감상평으로 면피할 것이 아니라, 뜬구름 잡는 '원칙'을 강조하며 형평성과 형식논리에 갇혀서 부정과 비리를 그저 나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제(24일), 청문회에선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문화부 2차관 재직 중 특수 활동비로 1억1900만 원을 썼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이 돈의 대부분은 개인 유흥비·골프 접대비 등에 쓰였다고 한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폭로에 신 후보자는 '특수 활동비는 내역을 밝힐 수 없다'는 궤변으로 맞섰는데, 이를 엄호하겠다고 나선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예전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업무추진 카드로 매일 저녁 햄버거와 콜라를 사 갖고 들어갔다"는 것을 비유라고 들었다.

1억 1900만원의 국가 예산을 쌈짓돈처럼 남용한 것과 저녁에 사무실에 햄버거를 사 가지고 들어간 일을 동일 선상에 놓는 기괴한 정신승리법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성립이 되건 안 되건 언론이 집단적으로 '거부권'이라도 행사해야 할 때다. 경험컨대, 그렇지 않으면 이 정권은 이들을 모두 그냥 임명할 것이다. 미안하다, 장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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