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한국 시각 2월 26일)은 김연아가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를 새로 쓴 날이었습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228.56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목에 건 것입니다. 그랑프리, 그랑프리 파이널,세계선수권 등 한단계 한단계 과정을 밟아 나가면서 마침내 올림픽 정상에 올랐을 때 그 짜릿함과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입니다.

김연아의 우아한 몸놀림과 화려한 기술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아빠 미소'를 하며 김연아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점프를 할 때마다 마치 본인이 뛰는 것처럼 과장된 몸짓을 선보였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정성 또한 인상에 남았습니다. '김연아의 드림팀'으로 불리면서 김연아가 어려울 때마다 즐기는 스케이팅을 할 수 있는 선수로서 헌신적인 역할을 했던 브라이언 오서가 없었다면 김연아의 신화도 제대로 써내지도 못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브라이언 오서에 대한 이야기:http://v.daum.net/link/2835951,

http://blog.daum.net/hallo-jihan/16158069 )

어쨌든 지난 3년 여동안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와 많은 것을 해냈고, 또 국내 피겨스케이트의 관심을 확대하는데도 지대한 공헌을 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화려한 피겨 아이스쇼를 기획하면서 국내에 선보이기도 했고, '김연아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고교생 곽민정을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등 한국 피겨 스케이팅을 일으켜보려는 그의 의지는 분명히 평가 받아 마땅할 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김연아와 많은 것을 해낼 것으로 기대가 됐습니다.

▲ 오서의 아빠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돼 안타깝다 (캡쳐 화면)
그러나 정확히 6개월이 지난 8월 24일, 피겨 스케이팅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찰떡궁합과 같은 줄 알았던 김연아와 오서 코치 간의 결별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24일 오후에 오서 코치 측이 먼저 결별했다고 한 뒤 몇 시간 뒤에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가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단 하루 만에 많은 것이 발칵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결별 과정에서 다소 석연치 않은 뭔가가 있었고, 또 결별하게 된 이유에 대한 양 측의 주장도 엇갈려서 상당히 씁쓸한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뭔가 둘 사이에 있던 오해가 결국 드림팀 와해로 이어졌다는 얘깁니다. 여기에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로부터 코치 제의를 비공식적으로 받았던 지난 5월부터 관계가 틀어졌다고 했고, 이에 대한 이야기 역시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변함없이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김연아와 오서의 갑작스런 결별은 충격 그 자체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3년동안 세계 대회를 휩쓴 '환상의 사제지간' 면모를 보여주면서 전설을 만들어 나가고 있던 가운데서 결별이 이뤄졌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설령 오래 전부터 김연아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오서와의 결별을 생각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세계챔피언으로 오르는데 큰 역할을 했던 오서와 좀 더 시간을 두고 공개적으로 결별 과정을 이어 나갔다면 '아름다운 마무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면서 기분 좋게 헤어졌을 수 있었을텐데 그게 없었던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불과 3개월 전 TV 프로그램에서도 오서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던 김연아였는데 너무 갑작스럽기만 한 것이 아쉽다는 얘깁니다.

어쨌든 이번 결별에 대한 갖은 설(說)이 오가고 있고 이에 대한 언론들의 추측 보도도 당분간은 난무할 것으로 보여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어떤 오해에서 불거진 이번 결별이 이런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마무리된다면 김연아 입장에서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김연아는 자신의 트위터에 브라이언 오서를 겨냥한 듯 '거짓말 그만 하시죠. B. 지금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건 내가 결정한 겁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가 삭제했다고 하는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포옹을 했던 스승과 제자가 이렇게 틀어진 게 씁쓸하고, 너무 불편해 보이는 것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시원하다'는 말보다 '너무 안타깝다. 아쉽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김연아, 오서의 결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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