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카카오뱅크·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민사회에 일각에서는 "공약 파기"가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해왔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를 줄기차게 해왔었다"면서 당론변경은 가능하지만 합당한 절차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발언 직후인 8일 국회 여야 원내대표들은 회동을 갖고 8월 임시국회 중 '은산분리 규제 완화' 특례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0%대로 완화하는 안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9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를 줄기차게 해왔었다. 당론으로 이 부분에 대해 반대 얘기를 했다"며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여주자, 이 부분과 관련해 당시 민주당에서 '그건 특례법이라 하더라도 은산분리 원칙을 위배하는거다', '굳이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잘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는 의견을 많이 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적절한 토론, 합의 과정을 통해 당론변경이란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시민단체, 전문가집단의 우려가 존재하고 있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 8월 임시국회 안에 통과시키기로 3당 원내대표 간 합의를 했다고 하니까 시간이 얼마 없어서 절차와 방식을 어떻게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관련, 몇 가지 쟁점들을 소개했다. 박 의원은 "인터넷은행은 딱 두 개,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영업이 잘 된다. 작년 대출규모만 7~8조다. 그런데 K뱅크만 작년 한해만 800억 가까운 손실이 일어났다. 수익 모델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의원은 "다른 쟁점은 왜 인터넷뱅크가 혁신성장이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있어 갑자기 핵심포인트로 올라왔을까 하는 것"이라며 "2015년 금융위원회가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며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일자리 규모가 2000명이 넘게 될 것이고, 그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다라고 했는데 섭섭하게도 K뱅크가 280명, 카카오뱅크가 500명 규모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이 경력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혁신성장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둔다고 했을 때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는 정부발표와 달리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가장 큰 우려는 '동양증권 사태'로 대표되는 '재벌 사금고화' 우려다. 한국은 2013년 동양증권 사태 당시 재벌이 증권사 등 계열 금융사를 사금고로 삼는 걸 금융감독이 막아내지 못한 전례가 있다. 박 의원은 "의결권은 4% 이내로 제한돼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9%로 늘렸던 걸 박근혜 대통령 시절 다시 4%로 제한이 된 것"이라며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은산분리 원칙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공고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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