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선거제도 개혁이 2018년 하반기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손꼽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의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 이어 바른미래당 소속 손학규 전 대표도 선거제도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손학규 전 대표(오른쪽)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연합뉴스)

손학규 전 대표는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 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겠다"며 "이것이 손학규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제 우리나라 정치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는 것은 바로 승자독식의 정치제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정치대결,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다원주의 민주사회의 특성을 살려서 다당제 정치로 나가야 한다"며 "제가 2016년 강진 만덕산에서 내려오면서 제안한 7공화국 건설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정치의 새판짜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제가 2013년부터 계속 주장해왔고 최근 7월 16일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에서도 제시한 독일식 선거제도"라며 "다양한 정치세력이 타협하고 합의를 이루는 정치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고 경제발전과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협치는 야당에게 일방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줄 것을 주고 그 다음에 받을 것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라며 "독일식의 연립정부가 그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득표수만큼 의석수를 나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선거제도 개혁은 이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손학규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 5일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을 견인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과 협력해 5당 연대를 만들어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대표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화답했다. 6일 정동영 대표에게 전화를 건 문 대통령은 당 대표 당선 축하인사를 건네며 선거제도 개혁에서의 역할을 당부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9대선에서도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대통령 개헌안에서도 '비례성의 원칙'을 명시한 바 있다.

정동영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타이밍인데,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를 바꾸는 것을 잔다르크의 심정으로 뚫어보고자 한다"며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론자, 김성태 원내대표도 선거제도 개혁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지도자다. 김병준·김성태 투톱이 있을 때가 선거제도 개혁을 얘기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문희상 국회의장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방송 '제헌 70주년 기획대담'에서 문희상 의장은 "국민의 의사,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정해지는 것은 민주주의 상식 같은 원칙"이라며 "2년 후면 총선이 있고 합의를 못하고 선거가 닥치면 이해관계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 금년 안이거나 1년 안에 이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대표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분들"이라며 "두 분 모두 선거제도 개혁을 전면에 내건 것은, 오랫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이런 식의 선거제도로는 정상적인 정치가 불가능하단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결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 공동대표는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손 전 대표는 비례민주주의연대 행사에 초청장을 따로 보낸 것도 아닌데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적도 있다"며 "두 분이 나서주면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도 탄력을 받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을 제대로 확보하고 정당 간의 정책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며 "바른미래당 당 대표 선거를 지켜봐야겠지만, 정의당의 입장은 이미 확고하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까지 나선다면 거대양당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공동대표는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당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헌법 개정안 제안 당시 비례성의 원칙을 명시했다"며 "선거제도 개혁의 공감대가 많이 넓어졌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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