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 KBS 1TV의 가장 마지막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 1.3%~2.2%. 8월 한 달간의 시청률 분포. 바로, K리그 팬들의 유일한(?) 방송계의 희망이라는 비바 K리그.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 비바K리그라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인물, 바로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이재후 아나운서는 아무래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8월이라는 거.

사실, 스포츠PD란 일을 하며 "비바 K리그"와 같은 프로그램은 꼭, 만들어보고 싶은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방송에서는 미개척 분야라 해도 될 법한 우리의 K리그, 그 K리그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비바K리그"는 완전히 자리 잡았죠.

대단한 시사교양물을 만들지도, 대박나는 예능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없는 처지에서 "비바K리그"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좋은 교과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비바K리그" 전면에 나선 이재후 아나운서의 존재감은 매우 컸습니다. K리그 팬들에게도 국내 최고의 우리 프로축구관련 아나운서라는 이미지가 가득하셨던 거 같습니다.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 스스로도 상당한 애착과 노력을 쏟아온 프로그램이 바로 "비바 K리그"였다고 합니다.

파업으로 잠시 모두가 방송을 떠났던 KBS, 그리고 파업이 끝난 뒤 모두가 돌아와야 할 시간,

하지만 이재후 아나운서는 비바K리그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현재 비바K리그는 축구중계로 익숙한 전인석 아나운서께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맛깔스러움은 다른 형태로도 존재하고 나름의 재미와 전달력에서 높은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진행자에게 박수도 보내봅니다. 짝짝! 만약에 프로그램의 변화나 변신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아주 좋은 카드였겠다는 생각도 해보고요. 물론, 그래도 이재후 아나운서의 빈자리는 아쉽지만, 그 아쉬움은 아마도 갑작스럽게 떠나야했고, 부당하게 비워야 했던 그 자리이기 때문일 터.

방송이란 곳, 매우 자유롭고 정당하단 이미지에 비해 꼭 그렇지만 않다는 현실은 뭐 여러 상황들로 느껴왔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현실을 보며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은 역시나 방송인으로서 방송에 대한 스스로의 시각에 대한 고민입니다.

PD수첩과 같은 주제와 소재를 다루진 못했기에(못해왔고, 앞으로도 쉽지 않기에..) 지난 화요일에 펼쳐졌던 그런 일들을 겪을 수 없을 거라 스스로 비겁한 안도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월요일 밤마다 습관처럼 보는 "비바K리그"에서 그런 모습을 문뜩 느낀 어제의 기분, 그 느낌은 매우 섬뜩했다고나 할까요?

즐거운 시청, 그리고 재미있는 전달, 무엇보다 K리그에 대한 사랑으로 뭉친 이 프로그램 역시, 몇몇 개인들의 판단에 의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스포츠를 중시하는 현재 K본부의 분위기를 볼 때, 그런 위험은 매우 적을 듯 합니다. 시청률에도 자유로운 프로그램이고 말이죠.

진행자, 혹은 프로그램. 그리고 그 내용, 분명 시청자의 요구와 그 시선에 입각해야 할 듯 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이 사회, 그리고 현실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은 비교적 안전지대라 생각한,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웠던 저에게도 고민으로 다가올 수 있겠군요.

늘 하고 싶던 축구프로그램을 쉬이 못했던 것도 그런 고민들에 스스로 미리 겁먹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진행자가 있고, 그런 프로그램이 있을 때, 방송의 의미도 있겠죠. 언제쯤 그라운드 위에서 이재후 아나운서의 맛깔스러운 진행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아니 오늘 저녁 PD수첩은 볼 수 있는 걸까요? 복합적이고 뜬금없는 연관고리들이 계속 이어지는 날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