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싱가포르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올림픽이 아닌 청소년들을 위한 올림픽, 유스올림픽이 그것입니다. 1924년 이후 86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종합스포츠대회로서 기존 올림픽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치러질 뿐 아니라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의식과 올림픽 정신을 함양시키는 대회로 올림픽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래에 해당 국가의 스포츠를 이끌 주역으로서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부분에서 유스올림픽이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의미있는 대회입니다.
그런 유스올림픽에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만큼이나 메달 종목 다변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첫 번째 금메달을 따낸 펜싱 남자 사브르의 송종훈(전남공고)을 비롯해 수영 남자 접영 100m의 장규철(경기체고)이 금메달을 따내면서 박태환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등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접하지 못했던 종목에서의 선전이 초반부터 이어졌습니다. 또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 사격의 미래로 평가받는 김장미(인천 예일고)가 2위와 무려 7.7점 차라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꾸준하게 청소년 팀을 통해 새로운 메달 후보로 거론됐던 '근대4종(올림픽에서는 근대5종)'에서 김대범(한국체대)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효자 종목'들의 선전도 잇따랐습니다. 양궁 여자 신궁 계보를 이을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곽예지(대전체고)가 여자 개인전에서 예상대로 금메달을 따냈고, 유도, 태권도 등 투기 종목에서 역시 금메달이 5개나 쏟아져 미래를 밝혔습니다. 그밖에도 불모지나 다름없던 여자 레슬링에서 문진주(대전체고)가 여자 70kg급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펜싱, 수영, 탁구, 배드민턴에서도 추가 메달이 나오는 등 어떤 종목도 가릴 것 없이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성적이 모든 것을 얘기해 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그것도 한두 종목이 아닌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분명히 한국 스포츠 전체적으로도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탄탄한 기량을 갖추고 이런 대회를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더욱 키워 나간다면 보다 다양한 종목에 걸쳐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되면서 나아가 이전 올림픽보다도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질적으로 성장한 한국 스포츠의 면모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어린 선수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게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지원과 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미 있는 대회에 대한 언론 보도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통신사를 제외한 기타 언론사들은 이번 청소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하고 있는 소식에 대해 단신 처리하거나 크게 비중을 두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림픽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가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한밤중에 생중계가 아닌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방송하면서 해당 소식이 궁금한 팬들을 다소 섭섭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도한 언론 보도나 관심이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평가받을 만 한 선수들의 활약상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잠잠한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약간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지만 U-20 여자축구팀이나 청소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이나 꼭 성적이 좋아야만, 그리고 스타급 선수가 있어야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씁쓸하게만 느껴지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성과를 내거나 또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에 대한 적당한 관심이 점점 자라나면서 더 큰 힘이 되고 궁극적으로 한국 스포츠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텐데요. 그러나 그저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에만 집착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크게 개선될 여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의식적인 문제가 바뀌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이 지금 당장에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이기에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자라나는 청소년 선수들이 바깥에서 국위 선양을 하고 있는 소식은 분명 기쁜 일입니다. 막연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언젠가는 청소년 올림픽도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메달 소식이든 꼴찌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든 또 한 번 스포츠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