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사법 농단 사실이 드러난 지 오래 되었지만 판사 집단은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 일선 판사들은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사법부가 다시 태어나기 바라지만 권력을 쥔 자들에게 그 모든 것은 자신들의 여죄로 남겨질 뿐이라 회피한다.

사법 농단의 두 축;
양승태와 박병대 지키는 판사 집단,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지 않는 한 희망은 없다

판사는 법을 공부하는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를 자처하는 집단, 그들이 무너졌다. 최고들이 모이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무너진 것도 사법 농단 파문이 보여준 결과이다.

MBC <스트레이트>는 '양승태 사법부, 숨겨진 범죄' 편을 2부작으로 특집 편성해 사법 농단의 실체를 파헤쳤다. 사실 사법 농단에 관련된 내용들은 이미 많은 부분 보도되었다. 공개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드러난 상태에서 과연 <스트레이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추적> 사법농단 검은 그림자 ‘박병대 사단’ 편

여성 판사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은 사법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나누는 공간이다. 그곳에 여장 남 판사가 기괴한 글을 올렸다. 프레임 전환을 노린 이 글을 시작으로 양승태 사법부는 여 판사들의 솔직한 이야기 공간을 없애기 위한 시도를 했다.

양승태 사단의 한 판사가 여 판사로 가장해 들어가 카페 동향을 감시하고 분석한 글을 수시로 보고했다. 참 기괴한 집단이 아닐 수 없다. 판사가 다른 판사들의 동향을 살피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이 행태를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재판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라 알고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다른 판사 감시하는 일이 더 중요했던 듯하다.

법원 행정처는 요직으로 가는 필수코스다. 행정처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요직으로 승진하고 대법원장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법원의 행정을 돕는 기구이지만, 대법원장의 측근 집단으로 변모한 그곳에서 사법 농단이 준비되고 진행되었다.

법원 행정처장이었던 박병대 대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에 이어 2인자로 모든 일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차기 대법원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양승태 시절 박병대라는 인물은 사법부를 총괄하는 핵심이었다. 박 대법관이 물러나자 판사들이 그를 찬양하는 문집까지 낼 정도로 박병대라는 존재가 판사들 세계에 어떤 존재감을 보여왔는지 알 수 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추적> 사법농단 검은 그림자 ‘박병대 사단’ 편

'박비어천가'를 부르는 판사들의 낯 뜨거운 행태는 괴기스럽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만든 체육대회가 마치 사이비종교집단 행사와 같았다는 증언들을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 자처하는 판사들의 행태는 더욱 이상할 수밖에 없다.

판사 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현재 상황에서는 쉽게 거둬내기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개혁에 앞장서지 않는 한 판사들에 대한 불신은 절대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재판' 담당을 교체하는 행위는 이들이 얼마나 정치적 행보를 보였는지 잘 드러낸다. 우병우와 동향인 신광렬 판사를 전면에 내세워 영장 판사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모든 것을 조절하려 했던 판사 집단의 이기주의는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수석부장으로 신광렬 판사가 들어가며 특정 집단의 편에 선 재판이 가능하게 되었다. 양승태가 사법 거래를 해온 대상을 향한 그들만의 충성심, 아니 드러나면 안 되는 치부를 감추기 위한 고육지책은 그렇게 희대의 판결들까지 내놓게 만들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추적> 사법농단 검은 그림자 ‘박병대 사단’ 편

국정 농단의 주범들을 풀어준 신광렬 판사에 대한 비난은 당연했다. 김관진과 임관빈에게 구속적부심을 열어 도주 우려가 없다고 풀어주는 기괴한 일을 벌인 신 판사와 우병우의 연결고리는 그냥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은 양승태 시절의 사법 거래와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양승태와 박병대, 그리고 고영한, 신광렬, 임효량, 정다주, 임종헌 그리고 아직 실명이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그들 사단 판사들은 사법 적폐의 핵심이다. 그들이 삼권분립이 명확한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었다. 사법부 독립을 무너트리고 스스로 정치권에 사법 거래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 내부 권력을 극대화하려는 야욕을 부렸다.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억울한 희생자들을 양산하고도 그들은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 서른 명과 KTX 여승무원 1명의 죽음을 그들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가? 정당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증오한다는 이유로 해체시키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집 앞에서 인터뷰를 하며 "감히 검찰이 나를 조사해"라며 불쾌해 하던 양승태. 그에 대한 수사는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양승태와 함께 사법 농단의 핵심인 박병대 역시 아무런 조사도 이뤄진 일이 없다.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사라진 박병대와 달리, 꼬리 자르기의 대상이 된 임종헌 전 차장만이 수사를 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법 개혁은 과연 가능할까?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사를 막기에 급급한 판사 조직을 보면 개혁은 불가능해 보인다.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내보이기 원하지 않는다. 반성도 하지 않은 채 사법부를 붕괴시킨 자들을 비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같은 판사를 감시하고 보고하고, 사법 거래를 하는 과정 역시 넓게 보면 판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하는 현직 판사의 모습을 보면 사법 개혁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음을 확인시켜준다. 이런 자들이 재판관으로 있는 사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공수처가 도입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사법부는 스스로 자신들의 과오를 드러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연루된 모든 판사들은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양승태와 박병대와 같은 판사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사법부다. 사법 농단 책임자들에 대한 단죄에서부터 개혁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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