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중앙일보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가 좋지 않은데 적폐 수사에만 몰두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경제도 적폐청산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6일자 중앙일보 칼럼.

6일자 중앙일보는 <언제까지 적폐만 파먹을 건가> 사설을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 지지율이 60%로 떨어졌다. 낮은 게 아니다"면서 "하지만 하락 추이가 심상치 않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날씨는 푹푹 찌고, 취직은 안 되고, 물가는 오르고…정말 짜증이 나는 여름"이라며 "이게 전부 전직 대통령 때문이다. '갑질'하는 대기업, 금수저 재벌 3세 탓이다. 심지어 전직 대법원장, 쿠데타 음모까지 '적폐' 대열에 합류했다. 분노 '뿜뿜'"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배고픈 걸 달랠 수 없다"며 "과거로 현재를 덮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그게 다 적폐 때문이라 생각했다. 6·13 지방선거도 그 덕분"이라며 "그러나 이제 집권 1년을 넘겼다. 달라진 걸 보여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탓만 할 수 없다"며 "살기가 팍팍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이전 정권만 쳐다본다고 뾰족한 수가 생길 리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민주 정치는 의견이 다른 세력들의 공존"이라며 "이들의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감옥에 있다"며 "정치의 몫은 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그 절차를 통해 죽이고, 살리는 건 국민의 몫이다. 정치세력이 직접 경쟁세력을 제거하려 들면 보복의 역사만 반복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해 다섯 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해 모두 기각됐다"며 "별건으로 가지를 치다 보니 이제 범죄 혐의가 무엇인지도 모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검찰뿐 아니다"라며 "모든 사정 당국이 거국적으로 혐의 털기에 나섰다. 한진만도 아니다. 대통령이 먼저 혐의를 단정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나쁜 놈이면 그래도 되는가. 군사정부조차 비난받을까 조심하던 일인데"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우리 사회의 주류를 교체하겠다고 한다"며 "조선시대 '노론'을 거론하고, 친일파를 들먹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그때 인물이 남아 있을 리 없다"며 "그 후손들이지만 뿌리를 뽑겠다는 말이다.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 공존이 아니라 배제의 정치"라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완전한 악의 제거는 가능한가. 유생의 입을 틀어막은 '분서갱유', 경제적 파국을 홍위병 난동으로 덮어버린 문화대혁명, 유대인 증오로 민족주의에 불을 지른 나치"를 거론하며 "그것이 정말 악이건 아니건 집권자가 그렇게 규정하고 말살하려했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공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도 공감대만 있다면 좋다"며 "하지만 더 시급하고 중요한 건 분명히 먹고사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집중하느라 정작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는 지적을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앙일보의 주장대로 먹고사는 문제보다 우선시 될 수 있는 것은 없다. 경제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발생하는 경제 문제를 적폐청산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경제는 경제고, 적폐청산은 적폐청산이다. 엄연히 다른 문제다. 적폐청산은 한국사회에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위법을 저지른 부패 정치인, 관료, 경제인 등을 일벌백계해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과정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내부적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 영역이다.

반면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문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한정된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규제 완화와 같은 촉진책을 내놓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정부의 역할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관리·감독의 역할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여러 문제제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적 호황 속에서도 한국의 각종 경제 지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적절한 규제 완화와 제대로 된 성장의 방향성 제시 등 관리·감독의 역할에서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에서 IT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이후 정부가 산업 전반에 제대로 새 동력을 불어넣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대로라면 후발국들에게 산업기반을 빼앗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성장 방향성 제시도 결국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기반으로 했을 때 종국에 사회적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성장 동력을 제시해도, 이것이 과거와 같이 특정 인물, 기업 또는 세력에게 특혜로 작용한다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 결국 적폐청산과 경제 문제 해결은 별개이면서도 결국 함께 가야 하는 놓쳐서는 안 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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