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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돈스코이호, 사기꾼들과 한탕주의의 결합보물선과 가상화폐, 인간의 탐욕을 이용한 또 하나의 사기극
장영 기자 | 승인 2018.08.05 16:28

희대의 사기극. 보물선은 사기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수많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외에는 전문 보물사냥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대부분이 사기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50조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에 혹하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울 정도다.

반복되는 사기극;
돈스코이호를 대상으로 삼은 사기꾼들과 한탕주의의 결합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가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했다. 러일전쟁 과정에서 침몰한 이 군함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있었다. 군함에 엄청난 양의 금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구전처럼 떠돌며 울릉도 사람들이 진실로 믿고 있었다. 

투기 열풍은 오랜 전통과 같다. 부동산 투기에 아파트, 그리고 최근에는 가상화폐까지 투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를 이용하려는 무리 또한 형성될 수밖에 없다. 더욱 현물이 존재하는 아파트와 달리, 가상화폐는 쉽게 사람들의 탐욕을 이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물선과 회장님 - 돈스코이호 미스터리’ 편

돈스코이호 사건 역시 투기 열풍을 이용하려는 사기꾼에 의해 되살아난 아이템이다. 이를 믿고 투자하고 큰돈을 잃는 과정이 마치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섭고 무모한지 알 수 있게 한다.

신일그룹이라는 명칭은 1억짜리 자본금을 들여 급조된 회사다. 싱가포르에 있다는 본사는 몇 만원도 안 되는 페이퍼 컴퍼니이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 150조 보물선을 찾았다는 소식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언론들은 사실 확인보다는 그저 그들의 주장을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지만 보도 전쟁 속에서 너나없이 뉴스를 내보내기에 여념 없는 현실은 사기꾼에게는 환호를 내지를 일이었다. 국내 언론이 알아서 홍보를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홍보가 되면 탐욕에 눈 먼 인간들은 보다 많은 돈을 벌겠다며 투자에 나선다. 

보물선 사업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미끼상품이었다.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상화폐 회사를 열고, 돈스코이호와 연결시켜 다단계 사업을 하는 그들은 명확하게 사기꾼이다. 회사도 존재하지 않고, 회장이라는 자는 수시로 이름을 바꾸며 해외에서 도주 중인 범죄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물선과 회장님 - 돈스코이호 미스터리’ 편

실체도 증명되지 않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11만 명이 넘는 이들이 '신일골드코인'에 가입했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드러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11만 명이나 되는 자들이 150조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에 놀아났다는 것이다.

신일그룹에서 발견했다는 돈스코이호는 실체가 있다. 그리고 탐사 하루 만에 발견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천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신일그룹 회장(실명은 류승진)이 과거 탐사에 참여한 사람을 통해 발견 지점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동아건설을 부활시키겠다며 돈스코이호가 발견된 장소를 알아낸 후 토사구팽하고 쇼를 한 그들의 행태는 황당하기만 하다. 신일그룹 소속으로 탐사에 나선 자들 모두 거짓말로 일관하며 자신들은 러시아에 있던 기밀문서와 해도를 분석해 과학적으로 알아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부정확한 지도 한 장으로 하루 만에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비밀은 너무 단순하게 밝혀졌고, 그들이 돈스코이호의 사진을 원한 것은 이를 통해 투자사기와 주가조작, 가상화폐 판매 등으로 큰 이익을 보기 위함일 뿐이었다.

2003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발견한 돈스코이호 영상과 신일그룹이 최초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돈스코이호는 완벽하게 닮았다. '돈스코이'라는 명칭을 최초로 찍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15년 전 영상 속에도 흐릿하게 존재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그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책까지 내서 대략적인 위치와 정보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신일그룹은 조직적으로 투자자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물선과 회장님 - 돈스코이호 미스터리’ 편

보물선에 대한 광풍은 한일 양국에 존재했었다. 나이모프호에 엄청난 금괴가 실려 있었다며 탐사에 나선 일본은 배를 발견했지만 보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엄청난 금액의 백금이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그건 백금이 아닌 수평을 맞추기 위해 배에 실은 금속덩어리일 뿐이었다. 탐사에 나선 나이모프호에는 그 어떤 금괴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보물선 논란이 국내로 들어오게 된 것은 한 일본인이 홍순칠 독도의용단 대장에게 돈스코이호에 보물이 가득 실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였다. 고문서에서 읽었다며 도움을 준 홍 대장에게만 알려주는 것이라며 들려준 것이 돈스코이호 탐사의 시작이었다. 

홍순칠 대장이 보물선을 찾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국가도 버린 독도를 일본에게서 지켜내기 위해 의용대를 구성했고, 대원들은 본업까지 포기한 채 국가도 하지 않은 일을 해왔다. 그런 대원들이 최소한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보물선 찾기는 이후 탐욕에 찌든 자들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했다.

돈스코이호에는 수백 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탑승했다. 나이모프호에서 금괴를 옮겨 실은 것이 아니라 병사들을 실었다. 침몰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군인들을 구하기 위한 함장의 노력을 후대 사람들은 악용한 셈이다. 러시아 군인들을 구한 행위가 금괴를 옮겨 싣는 일로 꾸며지며 허황된 탐욕을 원하는 이들에 의해 돈스코이호는 역사적 가치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부도 직전의 동아건설이 갑작스럽게 보물선 탐사에 나섰다. IMF 직후 국가부도 위기에서 당시 정부는 보물찾기에 적극적이었다. 전 국민이 나서 금 모으기를 펼칠 정도로 국가 부도 상태에서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전해져 왔던 수많은 보물선 등 난파선 찾기는 일정 부분 국가에서도 공을 들인 사업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물선과 회장님 - 돈스코이호 미스터리’ 편

여기에 뛰어든 것이 동아건설이었고, 한구해양과학기술원과 3년 동안 탐사를 통해 돈스코이호를 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러시아 군함이라는 이유로 배를 발견했다고 인양할 수도 없었다. 이미 일본에서 나이모프호 발굴과 관련해 러시아와 극심한 마찰이 있었다는 점에서 돈스코이호 역시 분쟁은 당연한 일이었다. 

보물선이라고 알려진 러시아 군함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인양은 불가능했다. 그 안에 엄청난 보물이 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인양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었고, 러시아와 분쟁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동아건설은 이를 이용해 급등한 주가로 반짝 활황을 누리기도 했다. 주가 조작이 의심되는 그 광풍에서 단기 차익을 얻은 자들을 제외한 개미 투자자들은 큰돈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동아건설은 그렇게 부도를 막지 못했으니 말이다. 2003년 동아건설의 보물선 사업은 주가 조작을 위한 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18년 벌어진 보물선 사업 역시 가상화폐를 결합한 조금은 진화된 사기일 뿐이었다. 

한 회사를 인수한다고 소문을 내고 차익을 얻고 빠지는 방식은 2003년과 동일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광풍이 불었던 가상화폐를 추가해 한탕주의에 빠진 이들의 돈을 빼간 사기꾼 류승진은 그렇게 해외에서 웃고 있다. 국내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은 채 탐욕에 빠진 자들을 앞세워 사기를 치고 사라진 류승진을 잡을 수는 있을까?

보물선 사기 사건은 무한 반복하듯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물선 사기를 실제 가능하다고 믿는 그 믿음의 근간에는 탐욕이 존재할 뿐이다. 인간의 탐욕을 이용하는 사기꾼은 이제 다른 아이템을 찾고 있을 것이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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