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지난 14일, 아스널-리버풀 경기를 시작으로 10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볼 만 한 프리미어리그라고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18년 이래 단 4팀만 그쳤을 만큼 전력 편중 현상이 심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달라 보입니다. '다릅니다'라고 확언을 할 수는 없지만 이전보다 중상위권 팀들의 전력 보강이 두드러졌고 이것이 실제 팀 전력에도 영향이 가면서 전문가나 각 팀 감독들의 시선도 달라진 것을 보면 뭔가 새로운 우승팀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올 시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번 2010-11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새로운 우승팀을 맞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전 소위 강팀 4팀을 일컫는 '빅4'에서 또 우승팀이 나올 것인지 어느 해보다도 흥미진진한 우승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단 빅4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리버풀의 전력은 여전히 탄탄합니다. 첫 경기에서도 드러났지만 맨유와 첼시는 가공할만한 공격력과 짜임새 있는 조직력이 여전히 잘 갖춰진 모습을 보이며 우승 후보다운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또 첫 경기에서 만나 1-1로 무승부를 기록한 아스널과 리버풀 역시 나름대로의 전력 보강을 통해 변함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역시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2010-11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만난 리버풀과 아스널 ⓒ연합뉴스
하지만 이들을 위협할 팀들의 전력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오일 머니'를 앞세워 우수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맨체스터 시티가 단연 돋보입니다.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 제롬 보아텡, 콜라로프 등 4명의 우수 선수를 데려오는 데만 무려 1350억원을 쓴 맨시티는 올해만큼은 꼭 우승에 성공해야 한다면서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현재 하계 이적 시장이 아직 진행중이고, 또 연말 겨울 이적 시장에서도 우승을 위해 대대적인 선수 보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전력만큼은 빅4 못지않은 수준을 갖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밖에도 지난 시즌 4위에 오르며 빅4 체제를 '조금이나마' 허무는데 성공했던 토트넘 홋스퍼, 막판까지 끈질긴 승점 관리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고 올 시즌에도 선전이 예상되는 애스턴빌라와 에버턴도 빅4를 깨뜨릴 수 있는 팀으로 올 시즌 시작부터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후발 주자'들의 추격에 대해 빅4 감독들이 예전과 다르게 경계심을 드러낸 것을 보면 프리미어리그의 판도가 분명히 변화가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애스턴 빌라, 에버턴,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등의 위협을 알아야만 한다”며 "흡사 개싸움을 연상시키는 상위권 혼전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며 빅8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역시 "6~7개 팀이 올시즌 EPL 우승을 놓고 경쟁할 것 같다"면서 "새 시즌에는 강호와 약체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질 것"이라며 상향평준화를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첼시의 승점(86점)이 2002-03 시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2004-05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었던 리버풀이 7위로 추락하는 등 변화가 있었던 가운데서 올시즌에는 이런 모습이 더 많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것이 감독 뿐 아니라 전문가, 팬들의 예상입니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입니다. 빅4도 그들 나름대로 전력 보강을 했고 철저한 준비를 하면서 이번 시즌을 대비해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첼시는 두 경기 연속 6골을 집어넣으며 막강 화력을 과시했고, 맨유와 아스널 역시 각각 한 경기에서 4골, 6골을 집어넣으며 강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아무리 이전 시즌보다 전력 보강이 더디다 해도 그들 나름대로 잘 갖춰진 전력이 있기에 후발 주자들에 경계심을 갖는다 해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팀들이 바로 EPL의 빅4입니다. 수년간 각 팀들의 도전 속에서도 이 벽을 지켜낸 것만 보면 빅4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올 시즌 역시 빅4 벽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하게 만듭니다.

후발 주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 시즌 상당한 전력 보강을 한 맨시티의 경우에는 승점 관리에 실패했던 작년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될 뿐 아니라 '더블 스쿼드'에 가까운 현 선수 구성을 어떻게 원활하게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습니다. '후발 빅4' 가운데서도 다소 처지는 애스턴 빌라, 에버턴은 꾸준한 승점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이렇게 각 팀들 나름대로의 장단점과 특징이 있는 가운데서 과연 어떤 팀이 효과적인 시즌 운영으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시즌 내내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물론 적어도 현재 전력만 놓고 본다면 빅4가 깨질 가능성은 이전보다도 훨씬 높아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빅4 수성이냐, 아니냐...올 시즌 EPL을 지켜보는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