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송대관, 태진아로 시작한 뜨거운형제들(아래 뜨형)의 아바타주식회사 주가동향이 순조롭다. 아니 뜨겁다. 이번 주 뜨형을 찾은 DJ DOC 이하늘과 정재용은 아바타주식회사를 통해서 일생일대의 꿈과 굴욕을 함께 맛보는 천국과 지옥 코스를 달렸다. 정재용의 꿈인 채소 행상을 통해서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존재감 제로의 굴욕을 겪었고, 이어 소개팅에서 나온 여성이 DOC팬이라는데도 불구하고 정재용 이름을 모르는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정재용의 수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입 풀린 탁재훈의 애드리브가 작렬하면서 맨 미숫가루를 두 번씩이나 입에 털어 넣어야 했고, 당연히 말할 때마다 미숫가루가 터져 나와 폭소케 했다. 이하늘, 김창렬과 달리 예능에서 낯선 정재용이 이렇게 웃긴 모습을 가졌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웃겼다.

그런가 하면 이하늘은 어쩌면 모든 남자들의 정말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꿈인 여자고등학교 선생이 되는 꿈을 이뤘다. 이하늘처럼 일찍이 학교를 그만뒀거나 혹은 남녀공학을 경험하지 못한 남자들이라면 이하늘에 빙의돼 짧지만 충분한 대리만족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DOC 멤버 중에서 누굴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을 한 학생에게 했지만 “멤버들을 잘 몰라서..”란 대답을 들어야 했다. 또한 소개팅에 나와서는 독설 박명수와 김구라에게 걸려 온갖 수모를 다 겪어야 했다.

지난 주 함부로 하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운 어른들을 모시고 긴장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뜨형 조종사들은 이하늘과 정재용을 정말 독하게 다뤘다. 그래서 방송 후 박명수가 이하늘에게 시킨 말들이 지나치지 않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것도 이하늘, 김창렬에게만 허용된 개그라는 점에서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보인다. 또 그것을 애써 피한 어정쩡한 멘트들로 시간을 때워서 지루한 시간이 됐다면 오히려 이하늘에게 폐를 끼치게 됐을 것이다.

박명수가 이하늘에게 주문한 애드리브들은 분명 독한 것이고 그것을 받아치는 김구라의 말 역시도 독설구라답게 더 험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하늘을 쩔쩔매게 만들어서 결과적으로는 이하늘을 순한 양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최근 다소 거칠어진 이하늘 이미지를 순화시킨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리고 지금 뜨형은 다소 욕을 먹더라도 더 독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이즈 마케팅 소리를 듣더라도 이것저것 가릴 처지는 아니다.

케이블계의 유재석 정재용의 재발견

한편 흥미로운 것은 승승장구의 새 MC로 정재용이 뽑힌 것에 대해서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를 아이러니하게도 뜨형에서 발견하게 된 점이다. 정재용은 지금껏 예능에서 보지 못한 아주 독특한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였다. 어눌한듯하면서도 뭔가 터프한 맛을 주는 미묘한 매력을 주고 있어 승승장구가 아니라 리얼 버라이어티에 출연하게 된다면 아주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재용 별명인 케이블계 유재석이라는 말을 해도 사실 실감이 가지 않았으나 이번 뜨형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정재용이 가진 의외의 예능감에 깜짝 놀라야 했다. 특히나 예능의 생명이라는 리액션에서 대단히 탁월한 센스를 보였다. 청문회 때에는 마치 NG상황처럼 앞으로 나와 웃음을 주었고, 채소 행상 때에는 비록 아바타 조정이 있었지만 그것을 소화하거나 혹은 무시하고 장사에 몰두하는 것 등등 정재용 스스로의 판단이 아주 자연스러워 리얼 버라이어티의 소화능력을 기대케 했다.

결과적으로 아바타주식회사가 DJ DOC를 부른 것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이번 편을 통해서 아바타가 소개팅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조짐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다행한 점이다. 연예인 소원을 들어주면서도 동시에 아바타 조정을 통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소원을 이뤄준 것도 아닌 것도 아닌 부조리한 상황에 의뢰인은 약이 오를 수도 있어 반전의 재미를 끌어낼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소원 들어주기와 아바타의 더 치밀한 결합을 통해서 아바타의 한 단계 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바타 주식회사에 성공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멤버들끼리도 우열이 존재하는데 게스트가 초대되면서 결국 기존 멤버들의 활용도가 대폭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지금 당장은 새로운 포맷이 크게 다가오지만 아바타주식회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뜨형은 또 다른 불만을 사게 될 것이다. 결국 해결방안은 제작진이 찾아야 하겠지만 아바타주식회사와 별도로 고정 멤버들만으로 만드는 짧고 강한 코너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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