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KBS노조 위원장 당시 진종철 시청자권익보호국장(출처 KBS노동조합)
김인규 체제의 실세로 분류되는 진종철 KBS 시청자권익보호국장이 회식자리에서 부하 직원을 폭행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팀장이었던 해당 직원은 폭행 사건 이후 팀원으로 강등돼 '보복인사'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KBS는 '수신료 인상 명분쌓기용'으로 평가받는 6월 조직개편에서 시청자권익보호국 신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시청자권익보호국은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다양한 사회 공헌 사업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KBS가 '시청자 중심의 조직이 되겠다'며 실시한 6월 조직개편 당시 대외적으로 가장 홍보했던 부서의 수장이 폭행사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복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6월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본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회식 자리에서 진종철 KBS 시청자권익보호국장은 부하 직원인 조 모씨(당시 팀장)를 폭행했다.

공채 14기인 진종철 국장(엔지니어 출신)이 입사 선배이자 나이도 더 많은 조 모씨(공채 11기)에게 반말을 해 시비가 붙었고, 이후 식당 화장실에서 진 국장이 조 모씨를 일방적으로 폭행했다는 것이다. 조 모씨는 진 국장에게 주로 눈 주변을 맞아 피까지 흘렸으며, 폭행 사건 이후 피멍을 가리기 위해 한동안 선글라스를 쓰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조 모씨도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술 먹고 옥신각신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20일 <미디어스>는 폭행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진종철 국장의 휴대폰로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2달 가까이 되었으나 진 국장이 김인규 체제의 실세라는 점 때문에 회사가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하 직원을 폭행한 진 국장은 '멀쩡한' 반면, 피해자인 조 모씨는 오히려 지난 13일자 인사발령으로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10대 KBS노조위원장이었던 진 국장은 당시 '정연주 사장 퇴진투쟁'을 주도했으며,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KBS홀팀장, 시청자사업팀장 등을 거치며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해 왔다.

KBS 관계자는 "폭행사건 이후 회사는 진종철 국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조 모 팀장의 보직만 박탈했다"며 "조 모 팀장은 (진 국장과 같이 일하는 게 껄끄러워) 다른 부서로 가길 희망했지만 팀원으로서 그대로 부서에 남아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조직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자신보다 나이도 더 많은 입사 선배를 폭행했는데 지난 2달간 다들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 국장이 김인규 쪽 실세이기 때문에 (회사가) 봐주려 한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이 정도 사건이면 진작 인사위원회에 회부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사는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인사 발령을 낼 수 있다'고 하겠지만 정기 인사철도 아닌데 갑자기 조 모 팀장을 인사발령 낸 것은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폭행 사건이 인사 발령의 계기가 됐다는 것은 상식 선에서 알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 국장이 핵심 실세이기 때문인지 사내에는 폭행 사건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조 모씨는 팀원으로 강등된 것과 관련해 "내가 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 자체에 흥미를 못 느껴서 이번 기회에 공부하려고 한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연수 프로그램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