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만큼 꿈보다 해몽인 예능이 있을까요? 저 역시 무한도전 리뷰를 쓰면서 그런 소리를 많이 들어왔었고, 예능은 예능으로 즐겨야지 왜 그것을 분석하느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왜 유독 무한도전만이 그런 해석이 난무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무한도전을 보다보면 웃고 즐기다가도 항상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데요. 그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단서가 항상 숨어있고 그것으로 하여금 어떠한 메시지를 연상시키게 됩니다. 이런 무한도전을 보면서 단순히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면, 그 모든 것은 우연일 뿐이겠지요.

그렇다면 과연 무한도전은 그렇게 항상 우연이 난무하고, 그 우연들에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해서 무한도전을 과대평가 하고 있는 것일까요?

왜 파티의 정소는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였나?

무한도전 멤버들이 국산 쌀을 뒤지고, 책을 뒤지고, 물에 뛰어들고, 모래판에서 발을 뒤집고, 자유낙하를 하면서 문제를 귀 기울여 듣고, 위가 아닌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광장에서 유재석 코딱지를 찾고, 외국음식 10인분을 배터지게 먹으면서 결국 알아낸 파티의 장소는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373-1 이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는 지금 4대강 사업을 추진 중인 한강의 본류인데요. 혹시나 해서 해당 주소를 가지고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역시나 무한도전 방영 후 올라온 관련 기사 3개를 제외하고, [사설] 20조원 붓고도 더 나빠진 한강 수질 이라는 기사가 가장 상단에 나오는데요.

이 기사에 따르면, 팔당댐1 측정 지점(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의 연평균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모두 3년 연속 증가하면서 주요 수질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수질이 나빠진 원인에는 수도권의 과도한 개발이 문제라고 하는데요. 게다가 이와 관련하여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도 부실하거나 수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포의 파티 장소는 한국.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였던 것이지요.

왜 호스트는 회초리를 언급하고 금지어 게임을 지시했나?

파티 장소에 도착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파티의 호스트가 나타나는데요. 호스트는 난데없이 서랍의 문을 열어 나오는 회초리를 부러뜨려보라고 합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한 개의 회초리, 두 번째는 두개의 회초리, 세 번째는 다발의 회초리를 통해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파티를 즐기는 메시지를 던져주는데요.

하나는 부러뜨리기 쉽지만 여러 개는 부러뜨리기 어려운 이 회초리처럼, 여러분도 혼자는 약하지만 함께 힘을 합치면 오늘처럼 어려운 난관도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회초리가 의미하는 것은 한명 한명이 내는 올바른 비판의 소리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한명이 내는 따끔한 비판의 소리는 부러지기 쉽지만, 그것이 모여 한 목소리로 내는 비판의 소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준하는 회초리 다발도 힘으로 부러뜨리고 마는데요. 호스트는 깜짝 놀라며 당황하지만, 저는 이것이 웬지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끝까지 밀어 부치며 추진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풍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호스트는 갑자기 돌변하여 오늘 이기적인 여러분의 끝을 보도록 하겠다며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는데요.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기적이라는 말에 서로 친하다며 코웃음을 칩니다. 그러나 옷을 갈아입고 난 뒤 진행된 금지어 게임에서, 호스트의 말대로 무한도전 멤버들은 아무도 믿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마는데요.

처음에 호스트가 언급한 회초리의 교훈처럼, 금지어 게임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없애려하지 않고 서로 뭉쳐서 살려고 했다면 그들은 파티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요. 그렇게 처음부터 반대로 서로가 가장 사용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정하고, 서로가 그런 말을 상대방이 하지 않도록 조심했다면 말이죠.

하지만 그들은 시작부터 상대방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쉽게 탈락할 수 있는 것들을 궁리하고, 일부러 유도하면서 한명한명 없애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무한도전 멤버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공존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먼저 사는 것을 생각하면서, 개인주의적인 이기심의 끝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결국 그런 개인주의 속에서 무한도전 세븐특집은 파티가 아닌 승자도 패자도 아무도 없는 섬뜩한 납량특집으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탈락한 멤버들이 감옥으로 보이는 독방에 갇혀있는 것은 참 인상 깊었는데요. 마치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잡혀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꼬집은 것 마냥 안타깝더군요.

왜 하하가 마지막에 남았나?

금지어 게임을 하면서 마지막에 살아남은 하하는 처음 살아남았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지만, 혼자 남아버린 외로움과 두려움에 결국 스스로 금지어를 얘기하며 자폭을 선택하고 맙니다. 그리고 정적이 흐르는 파티장이 비춰지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자막이 올라오면서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기게 되죠.

그런데 저는 저번 주부터 왜 자꾸 하하가 힘든 것을 강조하나 싶었는데요. 이번 주에는 하하의 금지어까지 "예, 힘낼께요"로 정하더군요. 결국 하하는 자폭을 선택하면서 "네! 힘 내겠습니다"를 외치고 사라지는데요. 이 힘 내겠다는 말이 이번 세븐특집에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기주의를 꼬집는 것이라는 해석을 하는데요. 물론 그것 역시 현재 우리 사회에서 회초리가 다발로 묶이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세븐특집의 처음부터 하하가 힘든 것을 강조하고 왜 하하가 마지막에 살아남아 자폭을 해야 했는지, 결국 마지막에 살아남은 하하가 주먹 불끈 쥐며 힘내겠다는 말을 하면서 사라지는 그 모습은, 단순히 무한도전이 현실풍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가 힘내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 모두 힘내자구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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