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여름이 되면 준비하는 그들만의 납량 특집이 이번에는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습니다. 공포를 어디에서 찾을 지는 어쩌면 매번 비슷한 공포를 체험하게 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고통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태호 피디가 찾은 공포는 바로 우리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패러디와 풍자의 성찬

많은 분들이 <무한도전 세븐>을 보시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전 명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일 겁니다. 영국에서는 '열개의 인디안 인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국내에서도 이 제목의 노래와 함께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현재도 연극으로 자주 공연될 정도로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 지는 심리묘사는 그 어떤 것도 이 작품의 탁월함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7개의 무한도전 인형이 하나 둘 피로 물들어가며 사라져 가는 그 과정에서 보여 지는 심리묘사는 철저하게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패러디했음은 두말 할 나위없습니다.

그 어떤 이도 코믹함 속에 잔인한 심리전을 담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코믹함 속에 섬뜩한 공포를 심어주는 감각은 무한도전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특별함이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 7>은 두 가지로 봐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이었습니다. 고민하기 싫은 이들은 철저하게 재미로 봐도 충분히 납량 특집으로서 효과적이었습니다. 직관적으로 보고 즐거워해도 좋은 이번 특집을 조금의 상상과 해체를 통해 들여다본다면 마지막 홀로 남은 하하의 공포심을 뛰어넘는 현실의 공포와 마주하게 됩니다.

직관이 던져주는 재미와 공포보다 그 패러디와 풍자 속에 담겨진 현실의 공포는 그 어떤 무서움보다도 심한 두려움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제작진들이 일곱 곳에 숨겨둔 비밀을 찾기 위해 그들은 온갖 고생을 다합니다. 씨름장에서 수영장에서 그리고 테마파크에서 그들은 준비된 미션을 통해 얻어 낸 것은 하나의 주소였습니다. 용산역에서 유재석의 코딱지를 파야 했고 쌀에 적힌 글을 읽어야 했던 그들이 얻어낸 정답은 "한국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373-1'이었습니다.

만찬을 위해 그들은 왜 그곳까지 가야만 했을까요? 수없이 많은 공간을 놔두고 정확한 지명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그들이 그곳으로 향한 이유는 명확하지요. 4대강과 환경오염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담겨져 있는 그곳은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커다란 틀 중 하나였습니다.

이 장소는 팔당댐이 있는 중요한 곳입니다. 팔당댐1 측정지점이 바로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였고, 지난 3년 간 수질 측정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연평균 화학적 산소요구량이 3년 연속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질오염을 패러디하기 위해 응용된 정형돈의 거짓말 탐지기는 흥미롭게 다가올 뿐입니다.

제작진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면 힌트를 주겠다며 측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최종 위험도는 환경오염을 풍자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짓말과 오염의 오묘한 일치는 우리의 상상을 무한하게 확장해 줄 뿐이었습니다. 두바이 식당에서 의미 없이 많은 음식이 등장하는 장면 역시 환경오염에 대한 풍자였습니다.

하얗게 만들어진 그래서 섬뜩한 세트장과 잘 차려진 잔치 상에 모인 그들은 미션을 받습니다. 각 멤버들을 위기에 빠트릴 금칙 어를 지정해 하나 둘 사라지게 하는 과정은 오늘 방송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영화 세븐에서 보여주었던 단테 신곡에 등장하는 일곱 개의 죄악 '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분노'를 떠올리게 하는 일곱 멤버들이 하지 말아야 하는 금칙 어들은 서로가 상의해 적어냅니다.

그리고 이를 어기는 이들은 모두 알 수 없는 공간에 갇히게 되는 상황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극심한 이기심은 모든 것을 끝낼 수밖에 없음은 거울 속의 미션 지시 자에 의해 이미 거론되었습니다. 회초리를 부러트리는 행위를 통해 함께 믿고 하나가 되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음과 이를 알면서도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인해 모두가 사라지는 상황을 자초하는 것 모두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MB정권 들어서며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말입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그 소통을 통제하기 위한 언론장악은 MB정권이 사활을 걸며 추진하는 사업이었습니다. KBS 장악을 시작으로 미친 듯 MBC를 장악하려는 정권과 마지막까지 거세게 저항하는 노조의 싸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MB정권이 끝나는 순간까지 지속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언론 장악이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그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은 현재의 MBC를 의미하고 멋지게 차려진 음식들은 MB가 제시한 교시와 다름없습니다. MBC 방문진을 MB에서 장악하며 김우룡과 엄기영 전 사장과의 대립은 당시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전환점이었습니다.

엄기영을 사퇴시키려는 방문진과 대립하던 상황에서 엄 사장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수를 던졌습니다. 바로 젊은 본부장 7명의 사직서를 건네는 강수를 두었고, 김우룡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곱 명의 젊은 본부장을 자르고 자신들의 사람들로 채워 넣으며 MBC 장악을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2월에 엄기영 사장은 물러나고, MB 낙하산인 김재철이 새로운 사장으로 들어서며 MBC 장악은 노골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무도 인들이 힌트를 얻기 위해 행하는 일들처럼 혼란스러웠지만 사실 그들의 고생만큼(노조의 파업 등) 행복한 결론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다 모아놓으면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정답이 유추되니 결과적으로 그들은 뭉쳐야 하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을 더욱 극단적이며 의미 있게 담아낸 것은 자이로드롭을 타는 유재석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셉션'을 떠올리게 만드는 주제곡을 깔았다는 것이지요.

정신을 개조하는 '인셉션'의 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시겠지요. 김우룡의 김재철 청와대 쪼인트 막말과 무도 속의 금칙 어는 다의적인 표현으로 섬뜩함을 던져줍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잔인한 공포가 '홀로 남겨진 다는 것'이지요. 그 당연한 진리처럼 모두가 사라진 자리에 홀로 남겨진 하하는 잠깐의 만족 후에 극심한 공포에 휩싸입니다.

하얀 색이 전해주는 근원적인 공포는 커다란 파티 장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완벽하게 갇힌 공간에 홀로 남겨진 하하는 이미 사라진 멤버들을 절실하게 외치고 게임의 룰인 금칙 어를 외치며 그는 스스로 패자가 됩니다.

"네! 힘 내겠습니다"

는 마지막까지 투쟁의 고삐를 놓지 않아야 하는 MBC 노조원들의 외침이자 그들이 앞으로도 해야만 하는 외침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외침으로 인해 노조위원장과 피디수첩 피디는 회사에서 잘리는 황당함을 맛봐야한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 외침을 지속해야 하는 것은 그렇지 않는다면 진짜 아무도 남겨지지 않는 MBC와 대한민국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이기심은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상에 고립을 불러 오고 그런 단절은 곧 극심한 공포로 이어져 스스로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고립감에 자살을 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이어집니다.

잘 차려진 파티 음식만이 남은 마지막 장면은 말만 많은 MB 정권의 실체를 그대로 풍자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차려놨지만 먹을 것도 없는 그 파티 장은 즐겨야할 인간들은 사라지고 허울 좋은 음식들만 남겨져 있을 뿐입니다. 그 잔인하도록 정교한 태호 피디의 현실풍자는 마지막 남은 음식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말하는 자유도 빼앗기고 서로를 의심하며 타인이 죽어야 자신이 살 수 있는 상황과 정신병원을 연상케 하는 하얀 공간과 밀폐된 상황은 태호피디가 건네는 가장 공포스러운 현실이었습니다.

영화나 연극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미장센들은 <무한도전 세븐>에서 의미 있게 차용되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자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소설과 영화의 패러디와 함께 그는 마지막 그 절정의 순간 참혹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이클 잭슨의 <리틀 수지 Little Susie>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했습니다.

미국의 섬뜩한 전설을 소재로 마이클 잭슨이 만들어낸 가장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노래를 배경으로 선택한 태호 피디의 선택은 역시 박수를 보낼 수밖에는 없습니다.

완벽한 추리소설을 패러디해 섬뜩한 현실 풍자를 한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것은 무죄이고 많은 이들은 그런 무한도전을 레전드라고 부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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