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한지민이 부부로 출연하는 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첫 방송되었다. 새로움이 많지는 않다. 익숙함 속에서 다시 타임슬립을 선택했다. 드라마의 성공은 결국 왜 타임슬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식화된 이야기;
지성의 단단함과 한지민의 변신, 타임슬립의 식상함 이겨낼 무기가 될까?

삶에 찌든 남자가 어느 날 화려했던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여성을 다시 만나며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우유부단했던 젊은 시절,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는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 남자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남과 여의 문제가 아닌 누구나 한 번은 상상 해봤을 법하다.

30대 차주혁(지성)은 대학 졸업한 후 은행에 취직해 살아가고 있다. 서우진(한지민)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하지만 편하게 살 수는 없다. 너무 좋아 결혼한 남편 주혁은 어리바리하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편과 시댁 부모와 치매에 걸린 어머니, 그리고 두 아이까지 키우는 것은 너무 힘들다.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대출 이자도 갚아나가기 힘든 상황에서 피부샵에서 일까지 하는 우진에게 삶은 지독하기만 하다. 주혁을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해맑은 여고생으로 버스에서 치한에게 당하던 자신을 도와준 주혁에 한눈에 반했다.

당시 주혁은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음대 퀸카로 유명한 첼리스트 이혜원(강한나)를 처음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한 주혁은 쉽게 다가서지 못했다. 수많은 남자들이 혜원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생일이라고 꽃을 한 다발씩 사다 주고 맛있는 것을 사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닌 주혁은 그저 주변을 맴도는 것이 전부였다.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던 주혁에게 혜원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첼리스트 사인을 받아다 준 주혁의 순수함에 반한 혜원은 함께 음악회에 가자고 제안했다. 꿈같은 일이 주혁에게도 다가왔다. 알바도 함께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빼고 자신이 입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옷으로 한껏 꾸민 채 약속 장소로 가던 주혁.

문제는 그 차 안에 고등학생이었던 우진이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치한이 우진의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을 목격한 주혁. 모른 척 하지도 못하고 개입한 주혁은 경찰서까지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우진을 치한에서 구하고 주혁은 혜원과 데이트를 놓쳤다.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혜원과 만남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날 이후 냉랭하기만 한 혜원은 미국 유학을 갔고, 남겨진 주혁은 운명처럼 엮인 우진과 함께했다. 자신을 도와준 주혁에게 한눈에 반한 우진은 해맑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뭐든 하는 그녀는 저돌적으로 주혁에게 다가섰다.

알바하는 그를 위해 수학 과외를 부탁했다. 떼어 놓고 싶었던 우진이었지만 워낙 좋은 조건이라 뿌리치지 못하고 과외를 시작한 것이 운명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과외 도중 우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울며 가지 말라는 우진을 뿌리치지 못한 주혁은 그렇게 부부가 되었다.

사랑이 아닌 눈물에 결혼까지 이어진 그들의 삶은 현실에 치이며 점점 전쟁터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다. 전쟁과 같은 삶에서 독박 육아와 일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우진은 분노조절장애 증세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람은 좋지만 우유부단한 주혁의 성격은 그렇게 위기를 맞게 되었다.

매일 매일이 지옥 같은 일상이었던 주혁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하철에서 이상한 말을 하는 남자에게서 500원짜리 동전 2개를 받게 된다. 시간여행을 언급하는 미친 사람으로 보인 그가 건넨 희귀템인 2006년 발행된 동전은 시간여행을 위한 티켓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회사 차원에서 장례식장을 방문하다 돌아가는 길에 주혁은 기괴한 경험을 한다. 새로운 삶을 살아볼 것이냐는 입간판, 그리고 갈 때는 없었던 작은 톨게이트. 100원 동전은 먹히지 않고 지하철에서 받은 500원 동전만 가능한 그 톨게이트를 지나자 주혁은 다시 2006년으로 돌아가게 된다.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여동생이 반찬을 싸들고 집으로 오던 날. 그날로 돌아간 주혁은 그 모든 것이 기이하기만 하다. 기시감이라 볼 수도 있는 그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시간여행, 다시 돌아간 청춘. 그 순간 주혁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종영된 드라마 중 <고백남녀>가 있었다. 부부로 살다 과거로 회귀하는 타임슬립 형태가 <아는 와이프>와도 유사하다. 작가는 <고백남녀> 방영 전 이미 기획되었다는 말로 표절이나 유사성에서 피해가려 노력했다.

<고백남녀>와 달리, <아는 와이프>는 과거의 삶이 아니라 바뀐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고 한다. 과거로 돌아가 주혁의 행동은 변수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현재의 바뀐 삶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하다. 사랑했던 혜원과 사랑 받았던 우진. 두 여자에 대한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지성과 한지민이라는 최강의 조합을 내세운 <아는 와이프>의 첫 회는 조금은 지루했다. 색다른 느낌보다는 안정적인 방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캐릭터들 역시 새로울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과거로 돌아가 미래 자신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설정마저 진부하니 말이다. 과연 첫 회의 아쉬움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지 작가의 역량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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