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에서 모든 멤버가 최정상의 컨디션을 보여주면 좋을까? 멤버들이 던지는 멘트와 개그 하나하나 마다 큰 웃음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이는 실현 불가능 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예능프로그램의 특성상 뜨는 멤버가 있으면, 반대로 가라앉는 멤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무한도전이 딱 이 꼴이다. '무리수'의 길과 무한도전 합류 후 그렇다 할 한 방을 못 보여주고 있는 하하가 가라앉고 있는 멤버이고, 예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진 정형돈이 뜨는 멤버다.

애당초 정형돈은 무한도전 내에서 가장 열약한 웃음을 선보이는 멤버였다. 이런 이유로 항상 각종 설문 조사에서 정형돈은 지난 5년 간 무한도전에서 하차해야 할 멤버 1위로 뽑히는 단골손님이었다. 그러나 길이 무한도전에 합류 하면서 점점 정형돈은 지분을 넓혀 나갔고, 종종 터지는 정준하의 구설수로 정형돈의 입지는 더욱 더 커져 나갔다. 이후 노홍철이 장윤정과 결별 하면서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이후 합류한 하하마저 존재감을 못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형돈의 활약은 더욱 더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는 어제 방송된 방송분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제 방송된 방송분은 눈에 띄게 달라진 정형돈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었던 방송분이었다. 어제 방송에서는 7명 멤버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 아래에 파티를 찾아가기 위해 7개의 단서를 찾아야 하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정형돈이 이 특집에서 부각 되었고,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유재석을 상대로 상황극을 만들어 내고, 예전에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던 정형돈이 시민들과 함께 수학 문제를 푸는 장면을 연출해 냈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먼저 정형돈의 주도 아래에 길과 함께 유재석을 상대로 상황 극을 만들어낸 정형돈을 보면서, 예전엔 밥까지 차려다 줬는데도 못 먹던 정형돈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무한도전에서는 저조한 웃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정형돈을 위해 여러 특집을 따로 편성 했었다. 대표적인 예가, 서먹서먹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형돈과 하하가 빨리 친해지길 바래를 컨셉으로 한 특집과 최근 방송된 '정형돈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은색 양복 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집에도 불구하고 정형돈의 존재감은 얼마 되지 못했다. 제작진과 멤버들이 정형돈에게 밥을 먹으라고 다 차린 밥상을 가져다줘도 못 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제 방송된 방송분에서 정형돈은 자신이 밥상을 차리고, 자신이 차린 밥상을 맛있게 먹는 정형돈을 보여줬다. 그것도 유재석을 상대로, 자신의 집 애기를 해가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자신에게는 민감한 사안인 집 문제를 웃음으로 활용하는 경지에 정형돈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유재석은 정형돈 표 상황 극에 재치있게 대응했다. 정형돈이 자신의 집이 연말까지 팔리지 않을 때는 유재석이 사라고 주문하자 유재석은 최선을 다해 보겠다며 재치 있게 넘겼다. 어찌 보면 유재석과 함께 한 상황 극이서 재미가 더 컸을지도 모르겠지만, 소심해 하던 예전, 2분 나가던 예전, 멘트도 자유롭게 구사 못하던 예전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유재석에게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쩔쩔 거렸겠지만, 정형돈은 최근 달라진 모습을 아주 잘 보여 주었다.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한 멘트 구사력을 보여 주었고, 무리한 요구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 극을 유재석과 함께 재치 있게 넘긴 것이다.

또 이후에 정형돈이 고소 공포증으로 자이언트드롭을 못 타는 장면에서도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풀러 스스로 나서는 정형돈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까지도 정형돈은 시민들 앞에서 자신만의 신비감을 조성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시민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촬영에 임했다. 즉 정형돈만의 '시민 기피증'을 보여 왔다는 소리다. 그런데 어제 방송된 방송분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고소 공포증으로 유재석과 길만 자이언트드롭에 탑승하는 바람에 아예 그 부분에서 제외 될 수도 있었지만, 정형돈은 바로 전 장소에서 얻은 수학 공식이 써 있는 종이를 들고 시민들 앞에 나서 답을 물어봤다. 이에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환호를 해주었고, 이로 인해 정형돈은 방송분에 탈 수 있었다.

자기 스스로 상황 극을 만들어 내고, 고소 공포증으로 인해 방송분에서 제외 될 수 있었던 장면을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이 출연하게 만들 것이다. 이것만 봐도 정형돈은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정형돈에게 아주 긍정적이다. 그동안 종종 정형돈이 부활 했네 어쩠네 했지만, 다 그때뿐이었다. 그 방송분만 지나면 정형돈은 다시 위축 되었다. 그 이유는, 예능에서는 필수적인 멘트와 구사력이 다른 멤버에 비해 뒤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송분을 통해 몰라보게 달라진 정형돈의 멘트 수와 구사력을 보면서 앞으로 정형돈이 추락하고 있는 길과 하하의 자리를 잘 메꿔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때 뿐이었던 정형돈의 웃음. 이제는 눈에 띄게 달라진 멘트 구사력으로 지금처럼만 쭉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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