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간만에 한 가지 내용으로만 채워졌다. 일곱 명의 멤버를 두 팀으로 나눠서 진행된 처음의 미션부터 끝까지 세븐은 유명한 추리소설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을 모토로 진행되었다. 요즘은 이 작가에 대한 화제가 덜한듯하지만, 이 작가의 대표 추리소설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필독서처럼 여겨질 정도로 많이 읽혔다. 무한도전 세븐이 채용한 것 외에도 오리엔탈특급살인, ABC살인사건 등이 있다.

그런데 지난 주 방영편만 보고는 도저히 아가사 크리스티를 떠올릴 수는 없었다. 미션의 최종 목적지인 파티장소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고서야 세븐이 정말 오싹한 납량특집임을 알 수 있었다. 세븐 특집을 통해서 무한도전은 반전예능의 길을 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추리소설의 기본은 반전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반전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유주얼 서스펙트’라면 추리소설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트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꼽을 수 있다.

절대로 흥청망청한 파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파틴데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세븐의 종착지는 죽음(?)의 장소였다. 멤버 각자에게 금지어, 금지행동 하나를 정해서 그것을 할 때마다 암전이 되고 해당 멤버가 사라진다. 그리고 멤버들 케릭터 인형에 피가 뿌려진다.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에는 준비된 것은 파티가 아니라 죽음이었다. 분량을 확보해야 하는 예능인에게 그렇게 사라진다는 것으로 소설 속 죽음을 상징했다.

원작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원제는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다. 섬에 초대된 10명이 하나씩 죽을 때마다 식당에 있던 인디언 인형이 하나씩 사라진다. 그 열 명의 피해자는 과거에 모두 어떻게든 살인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 살인의 경험은 무한도전 세븐에서는 금지어, 금지행동으로 바뀌었다. 멤버들은 새로운 어떤 행동이나 말이 아니라 과거에 했던 것으로 인해 방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단서였던 거울 속 인물의 마지막 대사를 멤버들은 중요하게 받아드리지 않았다. 거울 속 남자는 “오늘 이 곳에서 이기적인 여러분들의 끝을 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것은 미리 답을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갑작스런 공포 분위기로 인해서 멤버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생존을 위한 생각만 골똘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대단히 중요하다.

처음의 힌트를 놓친 멤버들은 거울 속 남자의 두 번째 힌트를 과대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멤버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나 행동을 정하라고만 했지 결코 그것을 유도하라고는 하지 않았던 것을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그랬으면 세븐 특집은 완성되지 못하고 이상하게 끝이 났겠지만 어쨌든 멤버들은 제작진이 기대(?)했던데로 서로의 금칙어를 유도하는데 전념하게 된다.

고립과 위기라는 상황에 놓인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존본능에 의해서 세븐 최종 게임은 나보다 먼저 남을 사라지게 하는 이기적 본능을 발휘케 했다. 이것이 세븐의 반전을 가능케 한 요소였다. 그렇게 해서 여섯 명이 사라지고 혼자 남은 하하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최후의 생존자 하하는 결코 승자가 아니었다. 홀로 남은 하하는 무섭다면서 “나도 데려가라 , 다들 어딨어!?”하고 소리치게 된다. 그리고 결국 하하는 금칙어를 스스로 외치게 되고 아무도 없게 된다. 역시나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의 결말과 거의 같다.

애초에 거울 속 남자가 회초리를 통한 교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결과로 치닫게 된 것은 이기심이다. 결정적 함정은 최후의 일인이 남을 때까지 게임이 계속 된다는 말이었다. 이것이 멤버들에게 누군가의 금칙어를 유도해서 탈락시키는 것이 게임인 것으로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다. 모두가 마음속으로 최후의 일인이 되고자 하는 생각만 있었지 서로를 지켜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금지어와 게임이라는 함정만으로 서로를 보낼 생각에 빠진 것은 예능인의 본능과도 같은 반응이었다. 만일 멤버들이 협동심이라는 힌트를 받아드렸다면 세븐의 기획 의도는 분명 어긋났을 것이다. 이미 일곱 개의 힌트를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태오 피디를 놀려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렇게 됐을 경우 태오 피디는 무엇을 더 준비했을까 궁금하다.

한편 이번 세븐 특집을 정치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해석들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굳이 아니다, 확대해석이라고 만류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진실이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 진실이 하나라고 하더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정도로 이번 세븐 특집은 상징수법이 강력하게 사용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세븐 특집의 마지막 반전이 또 준비되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게 된다. 느닷없이 망상으로 글을 맺는 것 같아 좀 머쓱하지만 WM7을 2주에 걸쳐서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것을 다소 억지스럽게 근거 삼아 다음 주 세븐의 또 다른 반전 애초의 주제였던 협동심을 위한 새로운 미션이 벌집 같은 독방에 격리된 멤버들에게 주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파티만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 패러디였지만 세븐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가사 크리스티가 아닌 세븐 전체를 마감하는 에피소드가 있을 법 하다. 아니라면 할 말 없지만 만약 또 다른 반전이 남겨졌다면 자체로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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