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위터가 논란의 발화장이 되고 있다. 이번에도 유명 패션잡지 에디터의 트위터 글이 논란이 되었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화보모델이 된 잡지가 발간되자마자 품절되는 사태를 맞게 되어 그룹이 해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도 여전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그렇지만 남자 아이돌그룹을 좋아하는 여성 팬덤의 구매력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놀랄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해당 잡지 편집자는 이런 현상에서 씁쓸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자신들이 아주 많은 과정을 거쳐서 만든 잡지가 그저 한 아이돌그룹의 굿즈(goods)로 치부되는 현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그 안에 팬덤을 빠순이라는 비하적 용어를 사용한 것은 분명 해당 잡지사 편집자로서 경솔한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굳이 그것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 동방신기 계약 문제를 사회문제로 이슈화 시킨것은 팬덤의 긍정적 역할의 대표적 예다.ⓒ연합뉴스
논란이 된 것은 빠순이라는 단어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심각한 의미가 담긴 발언이었다. 팬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현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덤이 아닌 소위 ‘빠순이 현상’은 이 편집자의 불평이 아니더라도 가요계를 어지럽히는 골칫덩어리인 것은 분명하다. 표절이건 뭐건 “오빠 사랑해요”의 외침은 가요계의 도덕성을 회복불능의 마비상태로 몰아넣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오빠를 지키기(?) 위해 또 엉뚱한 피해자도 많이 만들어냈다. 그런 예는 팬덤사에 무수히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빠순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이런 비뚤어진 팬덤문화를 치료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기가 울 때 짜증낸다고 울음을 그치는 것은 아니다. 배가 고파 우는지, 어디가 불편한지를 알고자 노력하고 달래야만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다. 이 편집자의 빠순이 발언에 대해 팬덤 특유의 화력으로 따끔한 응징은 보일 수 있었지만 분명 편집자의 경솔한 행동인데도 불구하고 팬덤을 두둔하는 여론은 발견하기 어렵다.

가요계를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위력을 가진 태풍으로 성장했지만 팬덤은 옹졸하고 이기적인 스스로의 한계로 인해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는 슬픈 권력이 되었다. 그러나 팬덤이 꼭 빠순이, 빠돌이인 것만은 아니다. 동방신기 계약문제에 대한 법적, 사회적 변화의 계기를 만든 것이나 팬덤의 이름으로 사회봉사와 기부를 벌이는 등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팬덤을 빠순이 그룹으로 비하시키는 것은 또 다른 팬덤이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개인으로서의 팬덤은 자신이 누구 팬인가를 숨기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가 필요하다.

팬덤의 부정적인 현상은 맹목적 신봉과 타 팬덤에 대한 공격성을 들 수 있다. 두 마리 뱀이 서로의 꼬리를 문 형국이 팬덤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각자는 상대의 꼬리를 물었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은 같이 죽게 되는 다툼일 뿐이다. 그런 와중에 자기 상품을 팔아주는 소비자인 것을 망각하고 편집자가 빠순이 운운할 수 있을 정도로 팬덤은 아이돌 그룹만큼이나 아무나 쉽게 흠집을 낼 동네북 신세가 돼버렸다.

최근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는 한 신문사의 인터넷상에 언급된 인물에 대한 빈도조사로 1위부터 3위까지가 빅뱅,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모두 아이돌 그룹이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아이돌은 가장 막강한 이슈 아이콘이 됐으며 팬덤은 아이돌을 이슈화하는 인큐베이터 같은 존재이다. 순기능만 작용한다면 이만한 궁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욱 솔깃해지기 쉬우며 더 오래 기억한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이제 커질 대로 커진 팬덤이 자기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는 반성과 자정 운동이 필요하다.

팬덤은 때때로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매사에 그럴 수는 없는 불특정다수의 군집이기 때문에 조직적인 자정 운동도 분명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팬덤이 10대 어린학생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가뜩이나 학교가 입시학원으로 전락해서 어디서도 인성교육을 받을 수 없는 불행한 나라가 빚은 불행한 현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팬덤은 변화해야 한다.

팬덤이 탁해지면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로 대접받지 못한다. 요즘 아이돌은 가장 화려한 스타의 지위를 누리는 동시에 아무나 까도 되는 가장 천박한 대상이 되었다. 이제 팬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위에서 한 말들이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질지라도 팬덤이 사랑하는 아이돌을 위해서라도 팬덤은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 팬덤과 빠순이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자명하다. 빠순이 소리가 불쾌하다면 변화하라.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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