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LG 박종훈 감독 ⓒ연합뉴스
오늘 경기는 그간 누적된 박종훈 감독의 이상한 투수 운용이 부메랑이 되어 LG의 역전패로 돌아왔습니다. 선발과 마무리로 정착시켜야할 박현준과 이동현을 원칙 없이 기용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LG로 트레이드된 뒤 박현준은 애당초 선발 요원으로 분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선발 등판일 사이에 불펜 투수로 등판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누차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넥센전에서 선발 등판한 후, 화요일 한화전에서 구원 등판해 0.2이닝을 던졌는데, 투구수가 19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했고, 등판하여 장성호에 동점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박현준에게는 찜찜하기 이를 데 없는 구원 등판이었던 것입니다. 올 시즌 LG의 선발 투수로 무수한 투수들이 거쳐 갔지만, 확정된 선발 로테이션을 준수하는 투수가 불펜 피칭을 대신한다는 미명하에 휴식일에 구원 등판한 것은 박현준 밖에 없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혹사임에 분명한데 왜 유독 박현준만 이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박현준을 강판시킨 시점도 좋지 않았습니다. 3:1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에서 송지만을 상대로 초구 파울볼이 나오자 곧바로 이상열로 교체되었는데, LG의 4강행이 물 건너갔고, 내년 시즌 선발을 육성해야 한다면 팀의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박현준이 최소한 송지만과의 승부를 마치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두었어야 했습니다. 박현준의 투구수가 74개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설령 송지만에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하는 있더라도 마운드에 두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구원 등판한 이상열이 연속 안타로 동점을 허용하며 박현준의 승리도 날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75개라는 많지 않은 투구 수에서 5이닝만 채우고 강판시켰는데, 이처럼 크게 무너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조기 강판하는 식으로 길들여지면, 불펜진의 다른 투수들에게 돌아가는 과부하는 물론, 박현준은 고작 5이닝짜리 선발로 밖에는 클 수 없을 것입니다. 만일 오늘 경기에서 74개의 투구 수로 구위가 떨어졌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면, 그것은 화요일 구원 등판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이 아닌지 박종훈 감독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8회초 4:3의 박빙의 리드에서 이동현을 올린 것도 의문입니다. 오카모토가 마무리로 부적격 판정을 받아 재계약이 어려우며 내년 시즌 두 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내년 시즌 마무리는 사실상 이동현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년을 바라보며 이동현을 마무리로 정착시키는 것이 남은 시즌의 지상 과제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동현의 등판을 살펴보면 마무리가 아니라 중간부터 마무리를 책임지는 속칭 ‘중무리’와 다름없습니다. 이동현은 최근 4경기의 등판 중 3경기에서 2이닝 이상 소화했습니다. 세 번의 팔꿈치 수술을 거쳐 1이닝 마무리로 정착해야 할 투수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운 것입니다.

오늘도 이동현은 8회초에 등판하며 자신이 경기 끝까지 2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체력을 안배하는 투구를 하다 3타자 연속 안타와 시즌 첫 패전을 안은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이동현이 9회초에 등판해 1이닝만을 소화해 전력 투구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오카모토가 불안하니 이동현이 ‘중무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할지도 모르나, 그렇다면 현재 오카모토의 보직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가 마무리를 맡기 어려우면 셋업맨으로 가야하며, 셋업맨으로 갈 구위가 아니라면 김광수를 셋업맨으로 돌리고 오카모토가 중간으로 가야합니다.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도 정상적인 투수 운용이 되려면, 6회초에 등판하는 것이 김광수가 아니라 오카모토여야 했고, 8회초에 등판하는 것이 이동현이 아니라 김광수여야 했으며, 9회초에 이동현이 올라왔어야 했습니다. 이동현을 1이닝 마무리로 놓고 전반적인 불펜진을 재편해야 하지만, 오카모토의 부진으로 인한 보직 공백을 이동현 혼자 떠맡는 것으로 속편한 결론을 내린 박종훈 감독의 잘못된 운용이 이동현에게는 부담을, 팀에게는 패배를 안긴 것입니다.

4:3으로 앞선 7회말 무사 1루에서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 이택근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이틀간의 대승을 통해 투수진이 허약한 LG에 필요한 것은 1점차 리드가 아니라 대량 득점이라는 교훈을 박종훈 감독은 아직 얻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