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졌던 재판거래 의혹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도입 추진 홍보를 위한 기사 작성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문건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양승태 사법부가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했다며 물타기에 나섰다.

▲1일자 조선일보 10면.

1일자 조선일보는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무관하다던 문건 뒤늦게 모두 공개>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법원행정처의 추가 문건공개에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공개한 것은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 없다'며 공개하지 않았던 것들"이라며 "검찰은 이미 전체 문건을 대법원에서 제출받아 수사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검찰은 문건 범위를 넘어 여야 정치인들과의 재판 거래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대법원이 추가 문건까지 공개해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가 법원행정처의 추가 문건 공개에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결국 조선일보가 이번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 410개 중에서 조선일보가 직접적으로 문건의 '제목'으로 등장한 것만 9건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조선일보를 통해 상고법원 도입의 필요성을 홍보하려고 했다. 당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조선일보를 통한 ▲홍보 기획기사 작성 ▲설문조사 진행 ▲칼럼·사설을 게재하는 등의 상고법원 홍보 방안이 담겨있었다.

조선일보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언론 홍보 등과 관련해 본지가 언급된 문건도 9건 있다"며 "상고법원 홍보를 위해 본지에 설문조사, 지상좌담회 등을 싣는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는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본지와 무관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을 언급하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조선일보는 "행정처는 본지 외에도 다양한 언론 접촉 방안을 모색했다"며 "경향신문에 대해선 조국 서울대 교수(현 민정수석)를 거론하며 '(칼럼 게재) 성사 시 파괴력에 비추어 다시 접촉 시도할 필요 있음'이라고 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물타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중 언론 관련 문건은 18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9건이 직접적으로 조선일보를 문건의 제목으로 삼았다. 또한 다른 9건의 문건에서도 조선일보가 언급된 문건이 있다. 양승태 사법부가 얼마나 조선일보에 공을 들였는지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과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조선일보가 양승태 사법부의 문건 내용에 나오는 방식의 기사를 게재한 정황도 있다. 조선일보는 2015년 5월 28일 1면과 3면에 걸쳐 상고법원 도입을 홍보했고, 2015년 10월 21일에는 8면 전면 기획기사를, 2015년 11월 4일에는 관련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기사가 궁색한 물타기로 보이는 이유다.

한편 1일자 주요일간지를 살펴보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3대 보수매체와 한겨레, 경향신문 2개 진보매체 중 유일하게 조선일보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추가 문건 공개에 관한 사설을 작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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