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IDS홀딩스의 대외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정치브로커 유 모 씨의 판결문에서 유 씨와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 후원회의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메시지 등의 교환 내역이 증거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IDS홀딩스 사건은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1만2000여 명으로부터 1조1000억 원을 빼돌린 폰지사기 사기사건이다. IDS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 대표는 자신과 가까운 경찰 윤 모 씨를 관할서인 영등포경찰서로 전보시키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진행했다.(관련기사 ▶ 이우현 보좌관 청탁 브로커는 IDS홀딩스 회장)

이 과정에서 IDS홀딩스 회장 유 씨가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보좌관인 김 모 씨에게 금품을 전달했고, 김 씨와 유 씨는 다시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구은수 전 청장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윤 씨는 실제로 1계급 승진과 함께 영등포경찰서로 전보됐고, 1년 후 다시 서울청 지능팀으로 발령났다.

법원은 1심 재판에서 IDS홀딩스 회장 유 씨에게 징역 1년6개월, 보좌관 김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경찰 윤 씨는 수사정보를 IDS홀딩스에 넘기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구은수 전 청장에게는 권한을 남용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뇌물을 받은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경대수, 또 다시 IDS홀딩스 연루설 휘말려

그런데 이 사건의 1심 판결문에서 정치인의 이름이 등장해 논란이다. 바로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해당 사건의 판결문 증거 목록에 경 의원의 후원회인 '사랑회'와 유 회장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메시지가 포함됐다. 경찰과 사기업체의 회장이 연루된 사건의 판결문에 경 의원의 후원회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IDS홀딩스에 경대수 의원이 겹쳐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경 의원은 IDS홀딩스 회장 유 씨와 초등학교 1년 선후배 관계로 IDS홀딩스 홍보영상에 등장한 바 있다.(관련기사 ▶ IDS홀딩스와 새누리당은 대체 무슨 관계?)

또한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조 모 변호사가 IDS홀딩스의 고문 변호를 맡기도 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2014년 7월 보좌관직은 사임한 직후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의 변호를 맡았다. 지난 2016년 IDS홀딩스 회장 유 씨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대수 의원과 친구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조 변호사를 알게 됐다"며 "김성훈이 사건 나면서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내가 조 변호사에게 한 번 변호를 해보겠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이후 IDS홀딩스의 고문변호사를 맡아 피해자들을 상대로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무죄라는 취지로 수차례 강연을 벌이기도 했다. 많은 피해자들은 조 변호사의 강연이 IDS홀딩스를 신뢰하는 데 일조했다고 입을 모은다.

경대수 의원과 조 변호사는 단순한 의원과 보좌관 이상의 관계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시절 가정형편에 어려움이 있었고, 당시 검사였던 경 의원이 조 변호사를 도왔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 2007년 경 의원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당시부터 지난 2016년 조 변호사가 보좌관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약 10년 간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후문이다.

IDS홀딩스 정계로비 사건의 실마리는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

결국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가 IDS홀딩스 사건의 정계 배후와 은닉자금 환수를 위한 실마리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는 김성훈 대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제기되는 금융투자회사다. 앞서 미디어스는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에 IDS홀딩스의 은닉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관련기사 ▶ '1조 사기' IDS홀딩스와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에 지사를 내는 형태로 설립된 금융투자회사다. 이 회사 법인의 대표 임 모 씨는 김성훈 대표가 실제 지배권을 행사했던 넥스트알파투자자문의 이사 겸 마케팅본부장을 지낸 바 있고, IDS홀딩스 소속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또한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는 IDS홀딩스와 같은 빌딩 3층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난해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임 씨가 김성훈 대표와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 설립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사내이사가 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대표, 사외이사는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조 변호사다. 특히 변 전 의원은 IDS홀딩스로부터 3억 원대의 현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상태다.

김성훈 대표의 파산관재인은 지난 4월 파산관재인보고서에서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제3자 등을 통하여 우회 투자된 것으로 파악되나 채무자(김성훈)가 정확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고, 대표이사 임OO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서 현재까지 관련 자료를 전혀 확보하지 못하여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구은수 청장 사건 당시 검찰은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유 전 회장이 IDS홀딩스뿐만 아니라, 전직 국회의원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다른 회사에서도 활동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가 바로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현재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에 대한 수사 진행사항은 알려진 것이 없다.

▲31일 오후 2시 경찰청 앞에서 IDS홀딩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이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미디어스

IDS홀딩스 피해자·시민단체, 경찰에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 수사의뢰

검찰 수사가 진척이 없자,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31일 경찰에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에 제출한 수사의뢰서에서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조명옥 회장은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는 IDS홀딩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사업의 실체나 재무구조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사내이사인 변웅전, 사외이사인 조성재 모두 1조 원대 다단계 사기집단인 IDS홀딩스 관련자"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지원에 나섰다. 수사의뢰에 앞서 약탈경제반대행동, 무궁화클럽, 정의연대, 개혁연대민생행동, 한성무역사기 탈북민 피해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와 함께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IDS홀딩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김성훈과 공범들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고 의심이 되는 곳이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라며 "경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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