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도덕적 의무에 대한 질책과 과거의 잘못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자신이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는 편리한 인식, 확정되지 않은 의혹으로 비난하는 것을 잘못된 일이라는 억울함의 토로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 이 모든 공격과 질타가 각자가 선호하거나 지지하는 이들에 의해 악의적으로 유포되거나 확대되고 있다는 편 가르기. 이 모든 지적들이 어떤 사안들에 의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제목에서 이미 버젓이 밝힌 것처럼 같은 시기에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는 MC몽의 병역비리 의혹과 8.8 개각으로 임명된 공직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국회에서 검증을 시작한 인사 청문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출발점도 다르고 분야도 내용도 모두 다르지만 이 이야기들은 쌍둥이와 다를 바 없는 화제들이에요.

병역 회피를 위한 고의적인 치아 치료 의혹을 받고 있는 MC몽의 경우 여전히 결론나지 않은 사실이기에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을 비추어 볼 때 아무리 병역 면제 사유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해도 그에 관련된 엄연한 기준이 존재하고,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사항이고 실제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상 명명백백하게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개인을 매도하거나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폄하를 할 일은 아닙니다. 섣부른 예상으로 이미 결론이 난 것인 양 특정인을 공격하는 것은 그 어떤 정당화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잔혹한 행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작 이런 상식적인, 마땅한 기다림의 태도와는 상관없이 MC몽의 개인적인 이미지는 이미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1박2일과 하하몽쇼는 도매금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일전의 소속 연예인의 계약 문제와 마찬가지로 큰 연관성이 없는 사항까지도 이상하게 연계되어 그를 비난하거나 적어도 다시금 주목하게 되는 화제로 삼고 있죠.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떨어지는 것은 단 한 순간의 일이고, 게다가 그 사항이 너무나도 민감한 병역에 관한 문제이기에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찰조사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의 연예인으로서의 생명력과 위상은 확실한 타격을 입었어요. 그를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는 이들이 과연 1박2일을 유쾌하게 시청하고, 하하몽쇼를 보기 위해 채널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뭐 연예인을 공인으로 취급하는 괴상한 대한민국의 상황에서는 그가 감수해야 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1박2일과 같은 사람냄새와 친근함으로 가득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것은 물론 자수성가한 뮤지션으로서 그가 취하고 있던 이미지가 긍정적이고 밝은 것이었기에 더더욱 치명적인 것이기도 하구요. 불공평하고 잔혹해 보이기는 하지만 MC몽은 대중의 지지와 사랑에 의지해 살아가는 연예인이고 지금까지 그가 받은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섣부른 실망이나 과도한 공격 역시도 일정부분 감당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오전 내내 현장 중계로 보고 있던 인사 청문회를 보고 있자니 MC몽의 지금 상황이 더더욱 불공평해보이더군요. 워낙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문제투성이의 사람들이 별의 별 결격사유를 가지고도 태연하게 공직에 취임했기에 그 절망감과 상실감, 실망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고 이번 개각으로 정부 요인에 이름을 올린 이들 역시도 이런 잘못된 관례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당사자들이 태연자약하게 과거의 잘못과 흠결을 쿨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이게 뭐하는 꼴인가 싶더라구요.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송구합니다. 표현과 대답은 모두 바짝 엎드린 것 같지만 실제 그런 잘못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어떤 부분이 그렇게 송구한지에 대해선 자기편 국회의원들의 도움과 함께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 버리더군요. 그런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사과쯤이야 바쁘신 높은 분들을 모셔둘 것도 없이 그냥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아도 상관없는 것들이었어요.

몇몇은 낙마하기도 하고, 어쩌면 괜스레 순탄했던 공직생활을 이번 청문회로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전에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의 전력에 면죄부를 받았네, 허심탄회하게 해명했네, 혹은 괴상하기 짝이 없는, 그 누구도 합의해주지 않았지만 자신들은 동의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지명 받은 자리에서 공직을 수행할 것입니다. MC몽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진짜 공인인, 죄질과 문제도 훨씬 더 심각한 이들이 훨씬 더 중요하고 무거운 자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서는 것이죠. 그들은 과거의 전력보다 현재의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한 사람들이니까요.

우리는 그들의 잘못과 의혹을 향해 똑같이 돌팔매질을 하지만 좀 더 낮은 위치, 만만한 자리에 있는 이른바 공인, 연예인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회복하기 힘든 데미지를 얻어 비틀거리지만 좀 더 위에 있는 이들은 잠깐 스쳐지나가는 소나기인양 느긋하게 우산을 사이좋게 나누어 쓰는 것만 같더군요. 만약 MC몽의 병역비리 문제가 20여년 뒤에 그가 문화부 장관에 지명된 뒤에 화제에 올랐다면 지금의 상황보다 더 곤란했을까요? 누가 더 잘했니 잘못했니, 억울하니, 결백하니를 따지기 전에 그들이 ‘공인’이라면 적어도 그 문제에 대한 책임과 마땅히 치러야 하는 대가 역시도 동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랏님이 뭐라고 이야기하건 간에 별로 공정하지도, 사회정의와 준법정신이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은 세상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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