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을 좌파정권의 군에 대한 불신으로 재정의를 시도했다. 또한 "0.01% 위험도 대비하는 게 군의 본분"이라는 예비역 육군대령의 기고를 실으며 '계엄령 문건'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집회예상 지역 전차·장갑차 투입, 야당 의원 검거작전을 통한 국회무력화, 조선일보 등 주요언론에 대한 검열·통제 등 기무사 계엄 문건의 세부내용이 공개된 상황이다. 또한 군내 방첩업무와 군사기밀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기무사가 어떻게 이와 같은 계엄 문건을 작성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기무사의 계엄문건은 준비 차원에서 작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31일 <좌파 정권의 '이상한 국방'>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기무사 계엄 문건을 정당화했다. 김 고문은 최근 국방부에서 발표한 '국방 개혁 2.0'에 대해 "공세적 신작전은 온데간데없고, 우리 국방은 낮은 수세로 전환됐다"며 이를 좌파 정권의 군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과 연결시켰다.

김 고문은 "'국방 개혁 2.0'과 전후해 불거진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도 문 정부의 군에 대한 불신 내지 경계 시각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군의 반란 또는 쿠데타와 같은 것을 공개적으로 문서화하는 '바보'들이 어디 있겠으며 또 이것이 3~4개월 묵혔다가 공론화된 사정은 무엇인가"라며 "'기무사 사건'은 군 내부에 반란 또는 내란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군이 하극상의 군기 문란 집단이라는 것, 이런 '정치적' 군에 안보를 맡겨도 되느냐는 의구심 등을 국민에게 부각하는 데 일조한 셈"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김 고문은 "결론적으로 '국방 개혁 2.0'과 '기무사 사건'은 문 정부의 대북 안보 전략에서 군의 역할과 비중이 보조 위치로 격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서술했다.

조선일보 7월 31일자 <[김대중 칼럼] 좌파 정권의 '이상한 국방'>

같은 날 조선일보에 실린 이윤규 예비역 육군대령의 기고 <0.01% 위험도 대비하는 게 군의 본분>에서도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한 조선일보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이 대령은 "국정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앞두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군의 직무유기"라며 "계엄령 검토 세부 시행 계획에는 '의명'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계엄령을 시행할 비상 상황이 조성된다면, 그리고 그런 상황이라도 대통령이 명령을 내렸을 때에만 시행한다는 분명한 제한 조치가 '의명'이라는 단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령은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쿠데타 모의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군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의 직위가 즉시 해제됨에도 비상계엄 선포권자가 '대통령(권한대행)'으로 표기된 점, 2016년 터키 쿠데타 실폐 사례를 예로 든 점,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진보(종북)'으로 표현한 점 등 탄핵 기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실제 군이 실행 의지를 가진 상태에서 작성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유력일간지로서 조선일보도 대상에 포함된 기무사 계엄 문건의 언론 검열·통제 내용은 별도의 보도검열단·통제요원을 투입하고, 보도지침을 하달하고, 보도지침 위반시 형사처벌을 가능케 하고, 검열지침 위반시 해당 매체의 보도를 정지키는 등 헌법에서 보장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어 기무사 계엄 문건의 구체성을 더하고 있다.

기무사 계엄 문건 중 보도검열 운영지침에 나와있는 '보도 금지사항'을 살펴보면 계엄업무 수행에 유해로운 사항, 군의 위상 및 사기를 저하시키는 사항, 국민의 부정적 여론형성을 조장하는 허위·왜곡 및 과장된 사항, 기타 계엄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항 등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조항들로 구성돼 있다. '확대 보도사항'으로는 정부와 군의 발표사항, 계엄지지 여론 확산 및 국내·외 반계엄 의식을 불식시키는 사항 등이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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