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강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특별한 사안'에 한해 기금운용위 의결을 통해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수언론은 '연금 사회주의'라며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31일자 조선일보는 <'사회적 가치 위해 국민연금으로 경영 개입'이 무슨 소린가> 사설에서 "당초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원안에는 '경영 참여'가 제외돼 있었다"며 "그러나 "어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경영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3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 제도는 국민의 돈으로 산 주식으로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한다는 측면에서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있다"며 "국민연금 기금을 통해 정부가 기업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 635조 원을 굴리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만 130조 원 넘게 투자하는 자본시장의 가장 큰 손"이라며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300개에 가깝고, 10% 이상 보유한 기업이 90여개다. 이런 큰손이 기업 경영에 개입할 길이 열렸으니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연금은 앞으로 기업들에 '지배구조 개편하라' '배당하라' 같은 구체적 주문을 쏟아낼지 모른다"며 "몇 년 후엔 블랙리스트까지 나온다고 한다. 특정 기업들을 선정해 '배당 늘리라'고 주문하고 이를 거부하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리스트가 돌아다닌다면 기업은 위축되고 주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국민연금은 국민이 노후생활을 위해 모아 놓은 돈"이라며 "수익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정부가 수익성과 안정성이 아닌 다른 의도를 갖고 국민연금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31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국민연금으로 민간기업 경영 흔들겠다는 건가> 사설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문제는 기금위 구성상 정부가 친정부 측 위원 및 노동계와 합심해 경영참여 안건을 통과시키면 언제든 경영권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기금위 구조 때문에 경영 참여 문구가 포함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기업 299곳은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당장 정부의 개입을 걱정하게 됐다"며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나 주주권 행사가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정책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자칫 특정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연금의 올해 5월 말 기준 수익률은 0.49%에 그쳐 은행 예금만도 못하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그런데도 수익률 제고보다 정부 입맛에 맞춰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만 온통 관심을 쏟고 있으니 '연금 사회주의' '연금 관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썼다.

▲31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경영참여 물꼬 튼 국민연금, 경영 간섭 걱정된다>사설에서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노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목적이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 제고가 돼야 하는 이유"라며 "그런데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정부는 국민연금 운용과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민간 전문가 중심의 수탁자 책임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책임위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종 위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31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오히려 기업 임원의 선임·해임 등 경영 관련 주주권 행사 권한을 유보한 점은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업경영 투명성 높이는 계기 돼야> 사설에서 "국민연금은 635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면서도 그간 대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특히 삼성의 편법 경영권 승계나 한진그룹의 갑질 논란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늦게라도 도입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스튜어드십 코드란 주인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을 상대로 주주권을 충실히 행사토록 하는 지침"이라며 "국민연금이 시행 30년이 되도록 도입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간 연금가입자인 국민의 주권과 이익이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만 도입하고 임원 선임·해임 등 경영과 관련된 주주권 행사를 유보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첫발을 뗀 스튜어드십 코드가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에서는 미흡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업을 견제·감시하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당장 하반기부터 배당 관련 주주활동 대상기업을 확대하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며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투자 기업의 가치와 경영 투명성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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