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WM7이 19일 장충체육관 경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오랜 장기 프로젝트의 끝은 방송을 통해서 그 화려한 엔딩을 선보이겠지만 진짜 WM7의 결말은 엉뚱한 곳에서 벌어졌다. 하필이면 장충체육관 경기 날에 맞춰 터진 이 논란의 중심에는 무한도전이 프로레슬링을 우롱했다는 명제가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심 가는 부분이 너무 많다.

논란의 핵심은 무한도전이 오마이스쿨에서 연습할 때 벌칙맨으로 나온 프로레슬링 선수 윤강철에 대한 홀대문제이다. 강화도 외진 곳에 위치한 오마이스쿨까지 초행길의 윤강철이 찾아가기 힘들었는데, 악천후까지 겹쳐서 기분이 상한 채로 녹화에 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롱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결정적 단서는 출연료 늑장지급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롱이라고 하기 전에 방송 시스템을 전혀 알 바 없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실정을 드러내는 일이다.

얼마나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없었으면 출연료 지급 규정을 몰라 무시당한다고 착각했나 싶은 것이다. 그만큼 한국프로레슬링은 중년층 이상의 오랜 추억 속에만 존재할 뿐 한국의 현실 속에서는 까맣게 잊혀진 종목일 따름이다. 물론 무한도전 측에도 전혀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상대가 방송 시스템을 잘 알 거라 생각하고 출연료 지급에 대한 규정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실수이고 불친절한 모습이었다고 스스로 반성할 필요는 있다.

특히나 WM7이 장기 프로젝트라서 일반 출연보다 훨씬 더 늦게 방영된다는 점을 감안해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옳다. 방송을 잘 모른다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여지까지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가관인 것은 기자다. 방송을 모른 윤강철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기자가 우롱이라는 전혀 가당치 않은 어휘를 동원해서 무한도전에게 침을 뱉은 것은 길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무리수였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행사 당일 VIP로 초대받은 윤강철이 경기를 보러가지 않은 것을 보이콧이라고 쓴 것 역시 뒤지지 않는 표현이었다.

무한도전이 오랫동안 비인기 종목 스포츠에 일조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이런 잡음이 일지 않았다. 무한도전 입장에서는 뭐 주고 뺨 맞은 꼴이 됐고, 프로레슬링계는 차려진 밥상 걷어찬 셈이다. 우롱이니 뭐니 오물을 뒤집어쓰고 말았으나 무한도전 김태호PD는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거꾸로 이번 논란의 배경을 설명해준다.

지금까지 무한도전이 시도한 스포츠는 모두 공식적인 기구들을 통해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WM7은 정식 프로레슬러가 아닌 아마추어 동호인이 지도자로 나섰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체리필터 손스타가 그 주인공이다. 김태호PD가 공식기구인 협회를 통해서 전체적인 구도를 짜지 않은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프로레슬링협회 입장에서는 결코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프로레슬링 우롱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은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왜 남의 밥그릇에 손대냐고 버럭 화를 낸 것이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전문 선수도 아닌 아마추어가 티비에 고정출연해 프로레슬링 기술을 가르치고 있으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WM7이 궁극적으로 프로레슬링 붐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던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판을 깨는 행위가 과연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존심 때문이든, PD수첩에 대한 물타기라는 루머가 사실이건 중요한 것은 이 논란은 무한도전보다 프로레슬링에게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무한도전은 강철 같아서 두드릴수록 더욱 강해져왔다. 애초에 목적이 무한도전에 상처를 주기 위한 목적이었겠지만 이번 논란이 거꾸로 시들해졌던 WM7의 기사회생의 계기를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도움을 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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