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역 9개 민영방송 사장단이 SBS·SBS 미디어크리에이트(SBS 미디어렙)와 맺은 '네트워크 협약'의 유효기간이 종료됐음에도 협약 갱신·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SBS·SBS 미디어크리에이트와 민방이 2012년 맺은 네트워크 협약은 지난해 12월 종료돼 다시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민노협은 2012년 맺은 협약 내용 중 ▲전체 네트워크 총매출 중 직전 5개년 평균 점유율의 97% 보장 ▲프라임타임 시간대(밤 9시~12시) SBS 제작 프로그램 85% 이상 송출 등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SBS로부터 받는 지역민방의 광고 매출액이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방송법에서 보장한 편성권을 침해받고 있어 '불공정 협약'이라는 지적이다.

지역민영방송 노조협의회는 지난 24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SBS와의 네트워크 협약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지역민영방송 노조협의회)

지민노협은 30일 성명을 내어 '네트워크 협약' 개정에 소극적인 지역 9개 민방 사장단을 규탄했다. 지민노협은 성명에서 "2012년 지역 9개 민영방송사 사장들은 Key사의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SBS와 SBS MC(미디어크리에이트)와 굴욕적인 협약을 맺어야 했다"며 "그런데 문제의 네트워크 협약이 지난해 12월 말로 유효기간이 끝났는데도 아직 갱신을 못하고 있다. 여전히 SBS 눈치를 본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민노협은 "당장 사장실을 나와 청와대든 방통위든 어디든 찾아가 네트워크 협약 개정을 위한 책임 있는 행동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민노협은 지난 24일 방송통신위원회에 SBS와의 네트워크 협약 개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민노협이 주장하는 네트워크 협약의 문제는 '전파료'와 '편성'의 문제다. 그동안 지역 민방들은 SBS로부터 방송 송출에 따른 대가로 전파료(정액)를 받아 왔다. 그런데 미디어렙법 시행 이후 '네트워크 협약'이 체결되고, '직전 5개년 평균 점유율의 97%'를 보장받게 되면서 해마다 전파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민노협은 "실제 SBS MC가 출범할 당시인 2012년 기준 약 26%였던 지역 민방들의 광고 점유율이 2017년엔 23%대로 줄었다"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400억 원이나 된다. 즉 지역 민방 몫으로 광고료 400억 원이 SBS로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민노협은 협약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5년 뒤에는 20%까지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민노협은 편성 관련 '네트워크 협약'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역민방은 밤 9시부터 12시 사이에 SBS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85% 이상 내보내야 한다. 또한 SBS 외 네트워크사(OBS, 종편, 기타PP) 프로그램은 사전 협의 없이 편성할 수 없고, 지역뉴스 편성시간을 축소해야 하며 지역뉴스 시작 시간을 통일해야 한다.

지민노협은 "이 규정은 방송법 제4조 2항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라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명백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BS와 지역민방들은 지난해 유효기간이 만료된 '광고료 네트워크 협약'과 오는 9월이 갱신 기간인 '편성 네트워크 협약' 관련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SBS가 2012년 체결한 협약 원안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민방 노동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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