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구글, 페이스북 등의 거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국내 법인세법 등의 맹점을 악용해 국내에서의 수익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등의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과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글로벌CP(Contents Provider)들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기준 유튜브의 국내 모바일 동영상 이용시간 점유율은 73%이며, 구글과 페이스북의 동영상 광고 매출은 국내 시장의 6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구글의 매출 규모는 KBS, MBC, SBS 등 국내 지상파 3사의 관련 매출 합계(약 206억 원)의 5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2017년을 기준으로 구글, 애플 등 해외 사업자가 국내 앱마켓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으나, 국내 이동통신 3사인 SKT, KT, LU유플러스와 포털 네이버가 각사의 앱장터를 통합해 만든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의 점유율은 11.6%에 불과하다.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현저한 승자독식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의 조세 부과 대응책은

글로벌 대형 플랫폼·콘텐츠 기업들의 영향력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따라서 각국은 글로벌CP(Contents Provider)가 유발하는 문제점을 규제하기 위해 고정사업장 개념을 확대하고,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 하는 등의 제도적 방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OECD는 글로벌 기업의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에서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해 '고정사업장' 개념을 변경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영국, 호주, EU 등 해외에서는 글로벌CP에 대한 조세 부과를 위해 적극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5년 4월 자국 내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25%의 세율을 부과하는 '구글세'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호주는 영국의 구글세를 2017년 7월부터 부과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7년부터 서버 위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던 기존 법률을 변경해 디지털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형식의 구글세를 마련했다.

프랑스는 가장 구글세 문제에 대해 강경한 국가다. 지난 2011년 6월 세무공무원들이 매출 관련 문서 확보를 위해 경찰과 함께 프랑스 내 구글 사무실을 급습하고, 최근에는 체납세금 납부를 압박하기 위해 구글 파리 사무실에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자국 검색엔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은 프랑스 주요기관의 공무원들에게 구글이 아닌 Qwant(프랑스 검색엔진 스타트업)를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해 구글에 24억2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지난해 8월 애플을 국가 차원에서 불법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 아일랜드에 130억 유로(16조6000억 원)를 추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난 3월 21일 구글, 페이스북 등 IT대기업을 겨냥한 신설 세금인 '디지털세'의 구체적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핵심 내용은 전세계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 EU 역내 매출이 5000만 유로 이상인 IT기업을 대상으로 역내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EC는 지역권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현지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700만 유로 이상의 수입을 올리거나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는 기업에 대해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책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의 글로벌CP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법 등의 맹점을 악용해 국내에서의 수익이나 세금 납부액 규모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는 등의 행각을 벌이고 있다. 국내 법제도 체계가 글로벌CP를 규제하기에는 미비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글로벌CP들의 과세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서버 존재 여부서 벗어나야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현행법의 확대해석을 통해 글로벌CP에 과세를 하는 방식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에 물리적 사업장이 없더라도 법인세법상 고정사업장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 국내 과세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안정상 전문위원은 "글로벌CP의 주요 수익원인 콘텐츠가 국내에 실제 존재하는 캐시서버에 저장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캐시서버가 국내에 있는 경우 사업장이 국내에 위치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현재는 서버가 위치한 곳을 고정사업장으로 판단하고 있어 과세의 근거가 없다"며 "또한 캐시 서버가 국내에 없더라도 국내에서 영업, 계약, 매매 행위가 있는 경우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있는 것으로 해석해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에서는 국내에서 발생한 글로벌CP 관련 수익의 과세권이 자국에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5년 스페인 법원은 사업체의 서버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경제적 실질이 존재할 경우 고정사업장을 둔 것으로 봤고, 같은 해 일본도 미국에 서버를 둔 미국 온라인 소매업자가 일본에 보유한 창고를 고정사업장으로 해석한 바 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다만 이런 식의 과세는 불복 소송이 다수 제기될 것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인적·물적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디지털 상거래에 대한 법적 과세관할권 정립을 강조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디지털 상거래는 공급지와 소비지가 달라 과세관할권을 어디에 둘지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 거래의 경우 물리적 국경이 의미가 없어 통관 등의 규제 또한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CP들은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과세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클라우드컴퓨팅, IoT, 빅데이터 등 초연결적 정보통신기술 산업이 발달할수록 이러한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조세의 근거가 되는 연계지점 이슈는 물리적 사업장이 없을 수 있는 디지털 상거래의 특성상 기존 고정사업장 중심의 조세 규정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대응방안으로 구글의 광고수입 등에 대해 해당 광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국가에 고정사업장 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내 근거조항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이미 OECD에서도 고정사업장 개념에서 디지털 존재 도입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OECD 모델조세조약은 "일방 체약국은 자국 내 소재하는 타방 체약국 기업이 고정사업장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경우 그 기업에 과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미조세협약도 "타방 체약국에 소재하는 고정사업장을 통해 동 타방 체약국 내에서 산업상 또는 상업상의 활동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한, 동 타방체약국에 의한 조세로부터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법이 개정돼도 국제 조세관련 조약·협약이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단 얘기다.

따라서 글로벌CP 과세를 위한 국제 공조 강화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각국 정부를 상대로 치고 빠지는 글로벌 기업들의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BEPS 프로젝트 국가들과의 공조가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구글 등 글로벌CP 기업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국가별·계열사별 실적 및 현금 흐름, 세금 납부 등의 과세정보를 공유하는 조세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OECD 등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고정사업장' 개념에 대한 재정의 및 현실화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하고, 또한 한미조세협약도 디지털 상거래의 현실을 반영해 과세기준을 수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