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늘의 핫이슈’ 맨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맺었다.

“동아와 조선일보. (한반대 대운하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까 아니면 방향을 전환할까. 그도 아니면 침묵? 하여튼 이 두 신문의 입장이 궁금해진다.”

동아와 조선일보가 반대한 대운하 사업을 강행하려는 한나라당의 방침을 두고 이 두 신문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오늘자(3일)에 입장이 나왔다. 조선은 ‘완고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동아는 침묵했다. ‘묻지도 않은’ 중앙은 사설에서 ‘대운하가 그렇게 서두를 일이냐’며 이명박 당선인 쪽을 비판했다.

▲ 경향신문 2008년 1월3일자 사설.
‘할 말은 하는 신문’ 조선일보의 톤 다운

조선이 반대 입장을 내놓았지만 완곡한 어법을 쓰고 있다. 오늘자(3일) 사설 제목이 <대운하 사업, 국민 섬기는 자세로 국민 뜻 물어야>다. 내용은 이렇다.

“국민이 당선자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그렇다고 당선자의 모든 공약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다 … 반대 의견을 포함해 대운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국민 앞에 내놓고 판단을 구해야 한다. 대운하 사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그것이 이명박 당선자가 약속한 ‘국민을 섬기는 정부’의 자세다.”

▲ 조선일보 2008년 1월3일자 사설.
지난해 12월24일자 사설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것과는 뉘앙스 차이가 좀 있다.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더니 좀 실망이다.

대운하 관련 기사 없는 동아일보

하지만 정말 실망을 안겨준 쪽은 동아일보다.

지난해 12월24일자 사설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승리했으니 국민 합의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고속도로 철도 연안해운 등 대체운송 수단이 다양해 대운하가 관광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2012년까지 경부운하 건설 과정에서만 4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자칫 건설경기는 이명박 정부 때 즐기고 비용은 다음 정부가 치르는 구조가 될까 걱정”이라며 한반도 대운하를 강력히 성토했던 동아일보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설은 고사하고 오늘자(3일) 동아일보 지면에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기사가 거의 없다. 조선일보에서 약간의 실망을 한 뒤 기대를 하면서 동아일보를 펼쳤는데 ‘독자의 기대’를 이런 식으로 실망시키다니. 정권 출범도 하기 전에 ‘친여지’로 나설 셈인가. 뭐 이런 식의 얄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자(3일)만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은 중앙일보다. 중앙은 사설 <대운하, 이렇게 서둘 일인가>에서 ‘조중동’ 가운데 가장 강한 톤으로 대운하 추진방침을 비판했다. 다음과 같다.

▲ 중앙일보 2008년 1월3일자 사설.
“성공의 기억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실패를 낳기 십상이다. 청계천 복원 성공이 한반도 대운하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 주변은 대운하를 서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 대운하 추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더 이상 토를 달지 말라는 뜻으로 들린다 … 정말 대운하를 성공시키고 싶으면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신중하게 접근할수록 공감대는 넓어진다. 아무리 핵심 공약이라 해도 대운하를 이처럼 서둘 일은 아니다.”

이제 관심은 조선 중앙과 한나라당의 ‘신경전’이다. 말초적 관심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묻는다. 누가 이길까. 또 다른 관심은 동아의 침묵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다. 만약 내기를 건다면 ‘조선 중앙 눈치보다가 대충 뭉개서 간다’에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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