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가벼우면서도 다양한 의미들을 담아가는 드라마가 홍자매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강점입니다. '여친구'는 홍자매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가장 집약된 작품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기존의 구미호 이야기에 대한 색다른 접근은 웃고 떠들며 우리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홍자매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세상

대웅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혜인이 미호와 만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달려왔지만 이미 오해를 할 만큼 한 상황입니다. 대웅은 삐져서 돌아서는 혜인을 쫓아가고 남겨진 미호는 여자 친구에 대한 정의를 묻습니다.

"여자 친구라는 것이 짝을 짓고 싶어 하는 친구라는 거야?"

구미호가 인간이 아니기에 가장 적절한 표현은 짝짓기였지요. 언어의 차이가 가져오는 오해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는 없고 그런 언어적인 유희는 홍자매가 보여주는 유쾌함이기도 하지요. 인간도 짐승이야 라고 말하는 구미호와 인간은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대웅의 인간에 대한 시각차는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구미호로서는 대웅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넣어준 여우구슬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대웅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혜인을 사랑하면 안 되고 그렇다고 구슬을 빼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목숨입니다.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웅과 미호의 관계는 아직 멀기만 합니다. 속상해 죽고 싶은 대웅과 배고파 죽겠다는 미호의 관계는 그렇듯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상황마저도 유쾌한 웃음으로 바꾸는 능력으로 다가갑니다.

대웅과 미호의 관계만큼이나 흥미로운 존재인 반두홍과 차민숙의 만남은 그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전해주곤 합니다. <추노>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성동일이 이번 작품에서는 <영웅본색>의 주윤발로 캐릭터를 잡고 열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무술감독으로 순정파이면서도 멋을 추구하는 그는 우연이 겹치는 독특한 매력의 대웅의 고모 차민숙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결혼을 하지 못하는 민숙과 우연이지만 필연처럼 느껴지는 두홍은 온갖 황당한 사건을 통해 만남을 유지합니다.

액션 스쿨에서 실수로 2층에 떨어지는 민숙을 드라마틱하게 받아내는 두홍의 모습 뒤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포스터가 걸려있고 이를 그대로 흉내 내는 그들의 모습은 위험한 상황을 넘긴 그들을 철저하게 유쾌하게 포장함으로써 이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인지를 명확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액션스쿨 감독의 이름이 두홍이라는 것도 홍자매식 유희를 느낄 수 있게 해주지요. 정두홍이라는 불세출의 존재의 이름을 통해 익숙한 느낌을 부여하고 반이라는 성을 통해 코믹을 강조하는 홍자매의 센스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이 중년의 로맨스는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수많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여친구'의 코믹을 담당하며 극에 즐거움을 책임질 것으로 보여 집니다.

대웅을 무조건 집으로 데려오라는 차풍에게 민숙은 급한 마음에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라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당연히 민숙은 반두홍에 대한 것이었고 차풍은 대웅이 함께 있다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로 오해하는 과정은 '여친구' 전체를 이끌고 있는 홍자매식 '오해를 통한 극 전개'의 핵심입니다.

한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미호는 버스 안에 붙은 한우 광고를 보고 힘들어 하고 앞자리의 아줌마가 자신 딸이 너무 귀여워 손을 먹는 시늉을 하자 따라하는 미호를 오해하며 정색하는 대웅은 홍자매가 만든 상황극의 재미였습니다. 너무 귀여워 "깨물어 먹을까 보다"라는 일상 속의 언어를 통해 사람을 잡아먹는 다는 속설을 뒤집어 쓴 구미호는 오해일 뿐임을 재미있게 표현해준 상황 극이었습니다.

대웅이 버스 안에 휴대폰을 두고 온 것을 알고 안절부절해하자 구미호의 능력을 보여 휴대폰을 가져온 구미호의 모습과 혜인에게 온 문자는 또 다른 오해의 재미였습니다. 대웅은 혜인의 문자에 행복해 했고 구미호는 자신의 노력에 대웅이 행복해 한다는 설정은 두 가지를 모두 끌어가며 서로 다른 하지만 결국 하나의 느낌들을 전달하는 능숙한 재미였습니다.

여우구슬이 자신에게 들어와 있음에도 어떤 의미인지 느낌인지 모르는 대웅에게 포옹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것을 나눠준 구미호의 존재 가치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이후 그들에게 닥쳐올 수밖에 없는 위험한 순간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는 없겠지요.

돈이 없는 대웅과 고기가 먹고 싶은 구미호. 미호는 10장을 모으면 공짜로 닭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쿠폰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쿠폰을 찾아다니는 미호의 모습을 본 반두홍은 완벽한 리얼 액션을 보여준 미호를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이는 미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를 만들게 되고 이는 미호가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는 없게 되겠지요. 더욱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대웅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 미호로서는 대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과정이 등장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도 필요한 절차일 수밖에는 없고, 이런 과정은 드라마의 흥미를 유발하는 하이라이트가 되겠지요.

오디션을 보러가는 대웅이 미호에게 옷을 봐달라고 하지만 미호의 기준은 색깔에 따라 소, 돼지, 닭이라는 너무 단순한 순서로 정해질 뿐입니다. 대웅의 할아버지는 인간되기를 포기했던 철부지 손자가 걱정되고 오디션을 위해 집을 나서는 대웅과 미호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자인 할아버지로 인해 평생 먹고 노는 사람이 될 거라는 대웅은 성장하면서도 좀처럼 변하지를 않습니다. 모든 것이 돈만 있으면 된다는 대웅은 영원히 인간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할아버지가 미호에게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한다는 소리는 감동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고 하듯 할아버지의 마음과는 달리 구미호가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아마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대웅의 대비되는 상황은 꾸준하게 이어지는 '오해가 만드는 재미'였습니다.

대웅은 배고파하는 미호를 데리고 마트에서 무료 시식을 하게 합니다. 그 자리에서 미호는 가장 중요한 존재인 수의사인 동주를 만나게 됩니다.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구미호와 만신의 역할처럼 서로 다르지만 인간은 아닌 그들의 만남은 이후 갈등과 사건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인간의 약속을 믿지 말아요"

라는 수의사 동주의 말은 드라마를 이끄는 갈등의 핵심이 됩니다. 인간인 대웅과 인간이 아닌 동주 사이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가 되겠지요. 영화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인간 세상에 들어선 구미호라는 존재는 결국 구미호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묻게 할 뿐이지요.

마트에서 벌어진 혜인과 미호와의 갈등으로 인해 오디션도 보지 못한 대웅은 미호가 가장 두려워하는 물 위에 올려놓은 채 사라져버립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구미호에게는 너무 소중한 여우구슬을 전해주었지만 구미호를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대웅으로서는 인간의 형상을 한 구미호를 사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구미호를 한강 유람선 위에 버리고 도망친 대웅은 배가 멈추기 전 도망을 가면 구미호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슬이 없어 아무런 힘도 사용할 수 없는 구미호는 배 위에서 자신을 버린 대웅 때문에 울기 시작합니다. 맑은 날 갑자기 비가 내리는 것은 자신(여우)이 울기 때문이라는 말이 사실이 됩니다.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고 미호가 슬퍼서 울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대웅은 갈등을 하기 시작합니다.

삼각관계를 통해 갈등이 점점 시작되고 그 갈등에 위험한 도박을 제시하는 수의사 동주로 인해 미호는 자신의 목숨을 내건 승부를 시작합니다. 동주의 피를 마시고 100일 동안 인간의 기를 받은 구슬을 가지고 있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미 대웅에게는 쓸모가 없어진 구슬이지만 구슬을 빼가면 자신을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을 아는 미호는 어느새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과 대웅에 대한 사랑이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동주의 제안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대웅과 혜인은 인간이 되고 싶은 미호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홍자매가 만들어내는 신비하고도 유쾌한 세상은 구미호를 통해 두려움과 피철갑 공포가 아닌 즐거운 상상으로 구미호 전설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홍자매가 펼치는 상상의 힘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