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레인보우는 무려 카라(!)가 소속된 회사 출신인데도 생각보다 존재감이 없다. 한때 김재경의 섹시미가 화제가 됐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왜 그럴까?

물론 기본적으론 노래에 힘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미지의 문제도 있다.

메이저 걸그룹들을 생각해보자.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포미닛 등. 공통점이 무엇일까? 이들은 귀여움과 섹시미를 동시에 갖췄다. 발랄한 소녀 같으면서 동시에 섹시한 여성 같은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대상에 열광하는 것은 청순+글래머를 원하는 요즘 세태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씨스타나 걸스데이는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걸스데이는 데뷔하면서 귀여움만을 내세웠다. 섹시쪽이 약했다. 씨스타는 귀여움과 섹시 어느 쪽으로나 2% 부족했다.

레인보우의 처지는 씨스타나 걸스데이보다는 낫다. 그러나 메이저 걸그룹이라기엔 역부족이다. 레인보우에는 귀여움이라는 이미지가 없다. 섹시쪽만 느껴진다. 귀여움과 섹시라는 중요한 양대 자원 중에 하나가 없는 것이다.

섹시쪽엔 섹시+카리스마를 갖춘 애프터스쿨이 있다. 애프터스쿨은 어린 아이돌이 아니다. 레인보우같은 어린 아이돌 이미지의 그룹은 섹시 쪽에서 애프터스쿨의 존재감을 따라갈 수 없다. 애프터스쿨이 할 수 없는 것은 어린 아이돌의 귀여운 이미지인데, 레인보우는 자신들의 섹시 이미지를 애프터스쿨보다 돋보이도록 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 하나가 없는 것이다.

한편 투애니원이나 미쓰에이는 실력파 이미지로 카리스마를 획득했다. 레인보우엔 이런 실력파 이미지도 없다.

티아라는 물량으로 승리했다. 일정 수준의 노래를 쉴 틈 없이 제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혹사 논란도 있었지만 어쨌든 양질전화에 성공했다.(양질전화 : 양의 누적이 어느 순간 질적인 도약을 가져온다는 뜻)

지금까지 논의한 건 쇼프로그램에서의 이미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한국 걸그룹의 인기에 영향을 미치는 무대는 또 있다. 바로 예능이다.

티아라는 예능에서 밝은 모습을 계속 보여준 것이 쇼프로그램에서 상업적인 섹시 코드만 보여준 것을 상쇄했다. 예능이 없었다면 티아라가 메이저급으로 올라가기 조금 힘들었을 것이다. 티아라의 경우는 드라마라는 특별한 부문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레인보우 이상으로 존재감이 없었던 시크릿을 보면 예능의 중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시크릿이 지금 정도의 존재감을 확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청춘불패> 백지 선화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백지 선화의 친숙함과 귀여움이 시크릿의 이미지가 되고, 거기에 시크릿에 원래부터 있었던 섹시함이 덧붙여져서, 귀여움+섹시함의 구도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레인보우도 예능에서 친숙한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면 걸그룹 활동에 화학적 상승작용이 일어날 걸로 생각된다. 적당한 섹시미는 원래부터 있었고 다만 귀여움이 부족했었는데 그것을 예능이라는 창구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다.

투애니원 같은 실력파 카리스마 노선하고는 애초가 거리가 먼만큼 예능 창구를 활용한 귀여움(친숙함) 보강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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