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2007년 7월 4일 잠실 두산전에서 하리칼라 이후 3년 1개월 14일만에 김광삼이 완봉승을 거뒀습니다. 내국인 투수로는 2006년 8월 11일 잠실 한화전 신재웅의 완봉승 이후 처음입니다.

완봉승을 위해서는 투수 개인의 역량을 넘어 야수들의 호수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박경수가 돋보였습니다. 1회초가 시작되자마자 김광삼은 김경언과 정희상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계속 커트를 당하며 풀 카운트로 몰리며 볼넷과 안타로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평소 초반에 무너지는 일이 잦았던 김광삼이었음을 감안하면, 여기서 실점할 경우 완봉승은커녕 초반 대량 실점으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김태완의 직선타를 박경수가 재치 있게 낙구해 병살타로 연결하며 최대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박경수는 6회초에는 1, 2간을 빠져 나가는 이희근의 타구를 땅볼로 처리했고, 8회초에는 손지환의 잘 맞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직선타 처리했는데, 모두 선두 타자였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호수비였습니다.

공격에서도 박경수의 활약은 이어졌습니다. 1회말 홈런 1개 포함 4안타를 기록하고도 2득점에 그쳐 미진한 감이 남았는데, 2회말 무사 1루 볼 카운트 0-3에서 과감하게 타격한 것이 좌중간 2루타가 되며 무사 2, 3루 기회로 이어져, 이후 연속 희생 플라이로 4:0이 되며 초반에 승부를 가르는데 초석이 되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5회말 1사 2루에서 박용근이 볼 카운트 0-3에서 류현진을 공략해 역전 적시타를 기록했는데, 당연히 치지 않고 기다릴 것이라는 상대 배터리의 예상을 깨뜨리는 적극적인 타격이 이틀 연속 주효했습니다. LG에 어울리는 옷은 자잘한 작전을 구사하는 야구보다는 타자들에게 맡기는 야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오늘 경기의 주인공은 2피안타 8탈삼진 완봉승의 김광삼입니다. 그간 완봉승은커녕 승패를 떠나 완투조차 씨가 말랐다는 점에서 LG 투수진이 얼마나 허약한지 알 수 있는데, 어제 류현진과 맞대결하기 위해 8명의 투수가 소진되어 오늘 등판할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완투 완봉승이었습니다. 경기 전 갑작스런 비로 20여분 경기가 지연된 상황이라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을 것이며, 이것이 1회초 위기로 이어진 것 보입니다. 박경수의 호수비의 도움을 받았지만, 2사 3루의 실점 위기에서 최진행을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스스로 종료시킨 것이 완봉승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에이스 봉중근조차 무사 혹은 1사 3루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타자를 잡아나가다 2사 이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실점하며 무너졌던 패턴이 반복되었음을 감안하면 김광삼의 투구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박빙의 점수차가 아니라 크게 점수가 벌어지면 수비를 하는 야수뿐만 아니라 투수도 집중력을 잃기 십상이라 도리어 완봉승을 거두기 어려운데 오늘 경기에서는 큰 점수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한화의 선발 유원상이 4월 23일 잠실 LG전에서 완봉승을 기록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음을 감안하면 부디 김광삼이 오늘의 투구 감각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LG는 21안타로 12득점했는데 그 와중에 얻은 볼넷이 단 2개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노 피어’ 야구는 롯데보다 LG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중 하나의 볼넷은 선발 타자 중 유일하게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정성훈이 8:0으로 벌어진 7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얻은 것인데, 큰 점수차에서 안타에 연연하지 않고 볼넷을 얻어 출루한 것은 좋았지만, 이전 타석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친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작년 3할을 기록했던 정성훈의 타율은 올 시즌 2할 5푼 대까지 크게 떨어졌는데, 시즌 중 부상에 시달린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의욕이 떨어진 모습입니다. 타격감이 좋을 때 정성훈은 곧잘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좌월 홈런이나 3유간을 꿰뚫는 안타를 기록하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하체가 무너지며 엉덩이가 빠지고 몸쪽 공에 대처하지 못하며 밀어치는데 급급한 모습입니다. 작년 시즌 조인성이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정성훈은 좌편향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믿을만한 우타자였는데 올 시즌은 매우 부진해 안타깝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목동 경기 이래 LG는 매 경기 홈런을 이어가고 있는데, 4경기 동안 기록한 12개의 홈런이 모두 솔로 홈런이라는 진귀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4경기 동안 LG가 1승 1무 2패에 그친 것을 보면, 1명의 타자가 홀로 잘 치는 솔로 홈런보다 바람직한 것은 여러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유기적으로 흐름을 이어가는 연속 안타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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