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결방사태는 오래 전 5공 정권을 떠올리게 하는 권력의 폭거였다. 그리고 온종일 적어도 하루 동안 사람들은 이 일을 서로서로 트위터 등을 통해 각자의 분노와 절망을 나누었다. 그런 트위터 글 속에는 그럴 것이라 짐작했던 김제동이 있었고 또 박중훈과 김미화가 있었다.

김제동이 “사랑에 눈이 멀면 아름다운 일이 생기고 권력에 눈이 멀면 더러운 일이 생긴다”고 이번 사태를 직접 겨냥하는 쓴소리를 냈다면, 박중훈은 “결방이라...결.국.방.송된다는 얘긴가?!”하고 한발짝 비켜간 은유를 사용했다. 표현의 강도가 어떻던 연예인이 이들이 한국 사회의 중대한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개그맨 김미화는 “내일 공연인데...지금 트윗글들을 읽다보니, 그냥...눈물이 나네”라고 여성 특유의 감성적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또 누가 있다고 하고 싶은데 없다. 정말 훨씬 더 많다고 말하고 싶은데 달랑 이들 셋뿐이다. 이 소돔과 고모라 같은 한국에서 햇빛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는 그 많은 연예인들 중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고작 이들 셋뿐이다. 그러나 아직 셋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MC, 국민배우 앞에 국민 자 모두 떼라!

이번 일이 드라마나 예능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탐사보도라서 연예인과는 거리감이 있다 하더라도 방송의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틀면 나오는 그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웃고 떠들기만 할 뿐이다. 소위 국민MC, 국민가수, 국민배우 등 국민 자 붙이고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들은 그리도 많은데 정작 국민과 함께 할 순간에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이것은 결코 연예인의 정치참여와는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문제이며, 국민이라면 그것이 비록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누구라도 그 부당함을 따질 필요가 있는 중대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연예인들도 분명 혜택을 받았다. 법이 사회 어두운 곳에 미치지 못했던 시절에 연예인들이 받던 부당한 대우는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함께 개선되지 않았던가.

방송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드라마나 예능 등의 오락성 프로그램들이 시사와는 무관하다 할지라도 방송이 이처럼 권력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휘둘리게 된다면 연예인들 또한 결코 득 될 것은 없다. 권력자와 그 부인을 닮았다는 이유로 부당한 출연금지를 당한 특별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권력이 마음대로 세상을 휘두를 때 피해를 받는 것은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 연예인이라는 호칭을 스스로 단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서 관심도, 행동도 하고 싶지 않다면 국민 연예인의 호사는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연예인 모두에게 투사가 되라고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인기를 통해서 부와 명예를 누리는 만큼의 아주 작은 책임감만이라도 보여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당신들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 아니었던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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