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9월, 최창봉 MBC 사장의 지시로 <PD수첩>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가 불방되자 강하게 항의하다 해고됐던 안성일 당시 MBC노조위원장(현 편성국 심의평가부 부국장).

안 전 위원장은 20년 만에 반복된 <PD수첩> 불방 사태에 대해 "그때와 상황이 다르지만 사장이 언론사 안이 아니라 밖의 결정을 따랐다는 것은 동일하다"며 "외압이 없었다면 사장이 그런 식으로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은 '왜 방송을 안 보여주느냐'고 말하지만, 아마 제작진에서 방송을 보여줬더라도 결방시켰을 것"이라며 "굉장히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 안성일 전 MBC노조위원장. ⓒ곽상아
다음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서 만난 안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90년 9월 <PD수첩>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불방 사태에 항의하다가 해고된 바 있는데,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고, 프로그램 내용도 다르지만 사장이 언론사 안이 아니라 밖의 결정을 따랐다는 것은 동일하다. 외압이 없었다면 사장이 그런 식으로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PD수첩>의 4대강 편은 심의평가부에서도 다 통과된 것이다. 20년 전에도 심의실에서 통과가 됐었고 <PD수첩> 예고까지 나갔으나 사장 지시로 불방됐다. 지금도 거의 마찬가지다. 사장은 '왜 방송을 안 보여주느냐'고 말하지만, 아마 제작진에서 방송을 보여줬더라도 결방시켰을 것이다. 굉장히 비겁한 행동이다.

언론이란 남을 귀찮게 하는 직업인데 언론사 사장이 그걸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사장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 사장의 사전 시사 요구에 대해 제작진 쪽에서는 "단체협약에 명시된 국장 책임제를 위반한 것이므로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장의 사전 시사 요구가 단체협약 위반인지 아닌지는) 굉장히 논란이 많은 사항이다. 그 조항은 내가 집행부를 했을 때, 사장을 불신할 때 만들었던 조항이다.

지금 그 조항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김재철 사장이 MBC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장이었다면 프로그램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한 것이 아주 큰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 MBC 사측에서는 <PD수첩> 4대강 편을 놓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PD수첩>은 20년이나 된 프로그램이고, 제작진은 전문가들이다. 그런 사람들한테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김재철 사장이야말로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쪼인트 발언'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했어야 했다. 정말 코미디다."

- 김재철 사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인간적으로 괜찮지만, 기자로서는 좋은 사람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다른 목적을 위해 기자라는 직업을 디딤돌로 삼는 것은 굉장히 나쁜 것이다. MBC 사장도 기자로서의 능력보다는 다른 능력으로 된 것이다. 후대를 위해서도, 직업적 윤리성을 위해서도 가장 나쁜 예 중 하나다."

- 논설위원실에서 최근 비제작부서로 발령났을 때 '보복인사'라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이란 굉장히 종합적인 것이다. 제작 파트가 있다면 이를 지원하는 파트도 필요하다. 입사한 지 30년이 지났는데 심의파트로 발령이 난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었다면 얼마든지 괜찮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불만이 별로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복인사'로 생각하도록 인사 발령을 낸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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