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가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를 심사중인 가운데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이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를 내놓았다. 시민행동은 KBS 이사 후보 중 7명, 방문진 이사 후보 중 8명 등 총 15명을 부적격 후보로 선정했다.

23일 시민행동은 부적격 이사 후보 15명 중 절반 정도가 과거 비위행위와 성평등 침해 행위를 저질렀으며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전력이 있는 후보자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모 KBS 이사 후보에 대해 비위 행위를 근거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고발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민행동은 부적격 이사 후보 15명의 실명을 공개할 경우 해당 후보들이 심사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우려해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이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행동은 KBS 이사 후보 중 7명, 방문진 이사 후보 중 8명 등 총 15명을 비위, 성평등 침해, 방송공정성 침해 행위 등을 이유로 부적격 후보로 선정했다. (미디어스)

시민행동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행동은 애초 방통위에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시민검증단'도입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직접 검증에 나섰다.

시민행동은 ▲방송 독립성 ▲공영성 ▲민주주의 철학 ▲업무전문성 ▲공적업무 경력과 이해 ▲시청자/국민대변 ▲방송법/여론다양성 ▲다원적 가치 ▲성평등 ▲노동존중 등 총 10개 기준을 바탕으로 이사 후보자들을 검증했다.

시민행동의 검증결과 부적격 이사 후보는 KBS가 7명, 방문진이 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행동은 "특히 검증 결과 과거 업무상 횡령과 배임, 공적 자산 사적 유용 등의 비위 행위와, 성평등 침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이들이 15명 중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며 "방송법·방송편성규약을 위반해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전력이 있는 후보자도 다수에 해당하는 등 부적격후보자 대부분이 도덕성, 공정성 기준에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민행동은 부적격 이사 후보 15명의 명단을 방통위에 제출만 했을뿐 이를 언론·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행동은 "만약 명단을 공개할 경우 해당 후보자들이 외부의 압력, 개입이라 주장하며 선임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방통위는 시민행동이 제출한 부적격 후보자 명단과 선정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만큼 이를 충실히 검토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행동 구성원들은 선정된 부적격 이사 후보자가 공영방송 이사에 선임될 경우 정치권 추천을 반영한 것으로 간주하고 방통위 규탄 행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부적격 이사 후보 7명 중 횡령·배임 혐의가 짙은 후보 1명에 대해 검찰고발을 예고했다. 검찰고발 시 실명 공개는 불가피하지만 형사처벌 대상인만큼 내부 논의를 거쳐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KBS 부적격 이사 후보 중 한 명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정도의 심각한 비위행위 의혹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문제는 그 사람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KBS본부 차원에서 그것은 정말 막아야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오늘 중으로 해당 후보가 누구인지 공개여부를 결정하고 내일 오전 검찰고발을 검토할 것"이라며 "해당 후보는 공영방송 재직시절 부적절한 회계집행과 영수증 처리, 업무추진비 집행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다. 심사가 진행되고 있더라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검찰고발 이후에도 방통위가 그 사람을 선임할 지는 방통위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는 "방통위가 종전에 위법 관행을 그대로 고수하고 이를 반영해 잘못된 이사 선정을 한다면 방통위 퇴진투쟁을 포함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민과 시청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괜찮은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방통위의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도 "무더기로 부적격 이사 후보들이 발견됐다. 여당 몫, 야당 몫 얘기는 돌고 있다. 황당하기 그지 없다"며 "부적격 이사 중 한 명이라도 선임된다면 그 책임은 정치권이 아니라 방통위원들 책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법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역시 "방문진 이사 후보 중 지난 10년 MBC의 추락에 부역한, 국정원의 방송장악 음모에 부역한 분들이 계신다"며 "방송법, 방송강령, 편성규약 등을 위반한 분들이다. 정치권 압력을 핑계로 선임한다면 방통위원들을 향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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