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골프 접대'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은 김 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직후 제기돼 경찰이 미묘한 시기에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자유한국당은 당장 23일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청문회에서 경찰의 정치중립 문제를 쟁점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SBS가 김병준 위원장의 골프 접대 의혹에 대한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SBS가 관련 의혹의 조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내사 중인 사건을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7일자 SBS 보도. (SBS 캡처)

17일 SBS 보도에 따르면 김병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하이원리조트에서 있었던 KLPGA 투어 프로암 경기에서 골프 접대를 받았다. 함승희 당시 강원랜드 대표의 초청을 받아 골프를 쳤는데 골프 비용과 기념품, 식사비용 등을 포함해 접대 규모가 118만 원가량 됐다는 강원랜드 내부 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도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김병준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직후에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이 의심된다는 문제제기였다. 18일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가 6·13 선거 참패의 아픔을 딛고 당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 어렵게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전국위 추인을 받아서 취임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당일 이런 사실을 밝힘으로서 정치적인 저의가 있지 않고는 반복되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철규 의원도 "그 행사에 대해 권익위가 이미 1월에 내용 접하고 조사하고 경찰에 통보한 지 6개월이 됐다"면서 "공개적으로 망신주는 것은 정치공작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강력히 비판한다. 경찰은 이런 정치공작에서 나서지 말아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언론도 관련 보도에 대해 경찰의 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19일자 조선일보는 <野 비대위원장 취임 날 '김영란법 내사' 공개, 치졸하다> 사설에서 "검찰 경찰 모두 권력의 충견이라고 해도 경찰의 이 행태는 너무 치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미묘한 시점의 '김병준 골프 내사' 사실 공개> 사설에서 "이미 넉달 전 의혹을 인지하고 내사에 착수한 사안이 유독 당사자가 야당 비대위원장이 된 당일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며 "만약 경찰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려준 결과라면 '야당을 겨냥한 정치적 기획 수사'란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경찰이 접대 논란을 조사하는 과정에 SBS가 포함됐고 이에 따라 SBS가 김병준 위원장의 골프 접대 의혹을 미리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김병준 위원장이 접대를 받았다는 골프 행사에 윤세영 SBS 회장도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 기관에 공문을 보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SBS가 관련 정보를 얻었다는 것이다. SBS는 관련 보도에서 윤 전 회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SBS가 대회 주관 방송사였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관련 대상자가 있는 기관에 공문을 보내서 우리가 확인 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참석자가 여러 명이라 관련 기관이 여러 군데"라며 "확인 작업 과정에서 관련 기관들은 일부 내용을 알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SBS는 단독보도 전에 수사 담당 과장은 물론 수사 담당 계장, 수사 담당직원 누구에게도 취재한 적이 없다"며 "지휘부에 확인을 했다고 하는데 지휘부는 상세한 사건은 잘 모르고 그런 사건이 있다는 정도만 안다"고 밝혔다.

SBS의 보도 후 경찰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보도 시기가 미묘했기 때문이다. 당장 23일 진행될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청문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소속 청문위원들이 잔뜩 벼르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닌데 오해를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일부 언론이 마치 김병준 교수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되니 정치적으로 흠집내기 위해 수사하는 것처럼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런 보도는 팩트와 다를 뿐만 아니라 수사를 흠집내서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경찰은 이런 것들에 흔들리지 말고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SBS 관계자는 "(보도 전에) 윤세영 전 회장이 골프를 치고 중계를 담당했던 주관사였던 것조차 몰랐다"며 "김병준 위원장이 교수로서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으로 경찰 수사대상이란 걸 알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찰뿐만 아니라 강원랜드, 권익위까지 취재할 수 있는 포인트는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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