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후반기를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순위 경쟁으로 매 라운드마다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 라운드가 펼쳐질 때마다 선두가 뒤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모든 경기가 흥미진진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재미있는 경기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7라운드에서는 7경기에서 무려 28골이 터져 경기당 4골이 터지는 골폭죽이 이어졌습니다. 경남은 윤빛가람의 3경기 연속 골에 힘입어 전북에 3-2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1위에 올랐으며, 1위를 달렸던 제주는 전남에 전반에만 4골을 내주는 굴욕을 맛보며 2-4로 패해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습니다. 하반기 대반격을 시도하는 수원은 울산에 3-2로 역전승을 거두며 하반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고, 강원 역시 대전에 후반 막판 김영후의 골로 승리를 거두며 10경기 연속 무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모든 경기가 짜릿하게 이어지다보니 요즘 K-리그가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경기장 관중들도 많이 늘었고, 무엇보다 모든 경기에서 골이 터지다보니 시원하다는 목소리도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열린 하반기 K-리그, 컵대회 경기 통틀어 0-0 무승부로 끝난 경기는 43경기 가운데 단 한 경기도 없었습니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고, 그에 맞춰 팬들도 적극적인 호응을 해주면서 경기장 내 분위기만 놓고 보면 K-리그가 발전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재미있어진 K-리그가 오히려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은 이같은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진 것을 생동감 있게 느끼지 못하고, 이런 사실들을 '당연히'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K-리그가 중흥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인데도 이같은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고, 연맹 측에서도 크게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는 바로 TV 중계가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라운드에서 전북과 서울이 맞붙었을 당시에는 케이블 스포츠 방송 3사가 동시에 중계한 바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경기가 흥미진진했던 이번 라운드에서는 단 한 경기도 중계하지 않아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더욱이 S모사는 프로야구 중계 뒤 곧바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연이어 생중계해 K-리그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아무리 경기를 재미있게 해도 이를 즐겨야 할 '보이지 않는 팬'들의 접근이 어렵다보니 여전히 K-리그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이 사로잡혀 있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프로야구, 해외축구 등 소위 돈 되는 스포츠에만 관심을 갖는 케이블 방송사들의 행태는 이제 축구팬들을 지칠 대로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경기 중계를 한다 해도 인기있는 팀들에만 한정짓는가 하면 프로야구가 조금이라도 늦게 끝날 때면 경기 중간부터 중계가 이뤄지는 '반쪽 중계' 또한 버젓이 이뤄지는 게 오늘날 K-리그의 현실입니다. 인터넷, 신문 등 한정된 매체를 통해서만 소개되다보니 국가대표를 뛰는 K-리그 선수들의 각 소속팀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 축구 발전을 논하고, 2022년 월드컵을 또 유치하려는 자체도 참 앞뒤가 안 맞는 게 사실입니다.

차라리 최근 대한축구협회처럼 KFA TV를 만들어 국가대표 축구부터 초,중,고 주말리그 등 다양한 축구 생중계를 펼치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에 착안해 하이라이트 서비스만 하고 있는 K-리그가 전 경기 인터넷 생중계를 시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K모사에서 방송하는 K-리그 전문 프로그램 비바 K-리그에 사용할 화면 때문에 해당 방송사가 K-리그 전경기에 파견되는 가운데서 이를 적극 활용하여 인터넷 중계를 시도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접근하고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어쨌든 이렇게 정말 재미있는 K-리그를 보다 재미있게, 박진감 있는 경기를 축구팬들이 평소에 느낀다면 국가대표 축구만큼이나 K-리그에도 많은 팬들이 몰릴 수 있을 텐데요. 실제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K-리그 연맹은 최근 트위터를 개설해 팬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관심을 더욱 유발시킬 수 있는 TV 중계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팬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무엇인지, 또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 각 구단의 노력만큼이나 연맹 스스로가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의 분위기를 흥행으로 끌고 갈 수 있는 K-리그 연맹, 그리고 각 구단의 지혜가 어떻게 나타날 지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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