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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은 거들 뿐, 사람이 주인공 ‘거리의 만찬’ VS 자식은 마네킹인가요? ‘한쌍’[이주의 BEST&WORST] KBS1 <거리의 만찬>, tvN <한쌍>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8.07.21 10:59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만찬은 거들 뿐, 사람이 주인공인 <거리의 만찬> (7월 20일 방송)

KBS1 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

차창 밖으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 “옛날에 라디오에서 재미삼아 북한말을 했다가 사상이 이상하다고 남산에 끌려간 적 있었어”라는 경험담 그리고 “고성은 분단국 분단도 분단군”이라는 흥미로운 말. 시사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힐링 여행 프로그램처럼 느껴진 오프닝이었다.

박미선, 김지윤 박사, 이정미 대표, 레인보우의 지숙이 출연한 <거리의 만찬> 2부는 강원도 고성군에서 만난 사람들과 만찬을 주제로 삼았다. 탁 트인 풍경과 편안한 대화로 풀어나간 건, 시청자들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분단과 전쟁 현실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구성이었다.

KBS1 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

처음부터 실향민을 만나지 않았다.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면서 남북 철도 연결을 상상해보고, 6.25전쟁체험관에서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고무줄놀이 노래로 쓰였던 ‘반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중간 중간 김지윤 박사나 이정미 대표가 고성군이 어떻게 분단군이 되었는지, 남북 철도 연결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 전문 지식을 곁들였다. 넘쳐나는 정보로 물량 공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분단 현실을 느낄 수 있도록 풍경, 상상, 경험담 그리고 팩트를 적절히 배합했다. 그렇게 소화 잘되는 거리의 만찬을 완성시켜 나갔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생사조차 모르게 된 박미선의 삼촌 얘기를 시작으로 국군 전사자 유해 얘기도 자연스럽게 끄집어냈다. 그리고 드디어 실향민 엄택규 할아버지의 고향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엄택규 할아버지를 만나기까지 무려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방송 시간의 절반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실향민이 등장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시청자들이 쉽게 귀 기울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네 여자가 사전 작업을 차근차근 쌓아오면서 시청자들이 실향민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줬다.

KBS1 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

특히, 방송이 익숙지 않은 고성 주민들의 이야기를 끌어낸 건 다름 아닌 박미선이었다. 그의 예능감, 토크 실력을 의심한 건 절대 아니었지만 보통 사람들과 한 프레임에 있을 때 이렇게 자연스러운지는 미처 몰랐다. ‘진행’을 한다는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고 진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느낌이라 시청자들도 함께 몰입하게 됐다. 처음엔 김정은에 대한 언급조차 조심스러워했던 최북단 마을 명피리 할머니들은 “북한이 대통령 자리를 내놓겠어, 남한이 대통령 자리를 내놓겠어. 통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여. 그냥 왔다갔다하는 걸 기대하는 거지”라는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거리의 만찬’에서 ‘만찬’보다 ‘거리’에 더 무게를 실었다. 만찬은 거리에서 이야기를 다 들은 뒤 허기를 달래고 뒷이야기를 털어놓는 정도의 비중일 뿐, 여느 먹방처럼 음식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만찬’은 거들 뿐,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온전히 주인공이었다.
 
이 주의 Worst: 자식은 마네킹인가요? <한쌍> (7월 20일 방송)

“딸 엄마라고 생각해서 조신하게 원피스도 좀 긴 거 입고. 어쨌든 아들 엄마들이 보시잖아요. 딸 엄마는 아들 엄마하고 달라요. 어떻게 하면 아들 엄마한테 잘 보일까 싶어서 새벽부터 메이크업 숍에 갔다 왔는데, 아들 엄마의 여유는 저거구나.”

tvN <한 쌍>

화면에 처음 등장한 출연자의 첫 마디였다.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힌다. 딸의 엄마는 조신해야 한다. 누굴 위해? 아들 엄마를 위해. 여성 출연자 부모님의 첫 마디가 tvN <한쌍>의 선입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홉 명의 부모님들은 첫 만남부터 딸 엄마 대 아들 엄마의 구도를 형성했다. 아들 부모는 시종일관 여유로웠고, 딸 부모들은 시종일관 불안하고 초조해보였다. “결혼할 나이가 되니까 이렇게 공개적으로 (맞선) 하는 게 또 딸 입장에서는 조심스럽다”고 말하는 딸 엄마도 있었다. 딸 엄마를 상대적 약자로 만들어버리는 구도였다.

연애가 아닌 결혼을 목표로 한 매우 노골적인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점, 청춘남녀뿐 아니라 부모님까지 함께 출연한다는 점, 첫 번째 데이트가 서로 스펙은 물론이고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된다는 점. tvN <한쌍>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꽤 많아 보였다.

tvN <한 쌍>

그러나 첫 회를 보면 그 차별점이 장점이 되지는 못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어머니들의 훈수는 아들들의 싱글 라이프를 좀 더 재밌게 지켜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됐지만, <한쌍>에서 부모님들의 훈수는 자녀들로 하여금 ‘인륜지대사’라고 불릴 만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인 결혼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였다.

<한쌍>은 첫 번째 데이트가 외모, 스펙, 직업, 학벌을 모두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데이트라며 매우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자녀의 입마저 ‘블라인드’ 처리된 것이 문제였다. 자녀가 왜 결혼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싶은지는 전혀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 당시 부모와 자녀가 한자리에 앉아 있는데, 질문은 부모에게만 향했다. 자녀가 어떤 배우자를 만났으면 하는지, 왜 딸이 결혼을 해야 하는지, 시집살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그 자리에서 자녀들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나마 자식에게 물어본 유일무이한 질문은 시집살이에 대한 것이었다. 결혼 그 자체가 아니라 결혼 후 부모 봉양에 대한 질문, 그러니까 제작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와 결혼을 떼놓지 않고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미취학 아동이 아니라, 서른 언저리의 자녀들이다. 심지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결혼이다. 그것마저 부모가 개입하고 간섭해야 되는 것일까. ‘헬리콥터맘’이 여기에 모두 모여 있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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