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모든 언론이 보도했다. 취임 이후 줄곧 고공행진을 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마음을 돌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다. 어차피 최저임금은 오를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부담감을 크게 안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을 일부라도 덜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현실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19일 KBS 9시 뉴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64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정부에 대해 실망했다면 아닌 게 아니라 지지율을 움직이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받는 현실적 압박은 비단 최저임금만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곳은 바로 '일하지 않는 국회'이다.

‘앉을 권리법’ 10년간 방치…쟁점 법안만 관심있는 국회 (KBS 뉴스 9 보도화면 갈무리)

국회의원들이 받는 특혜는 상상을 초월한다. 보좌진만 해도 9명에 달한다. 1억 원대의 세비는 물론 제2의 월급이라는 비밀스러운 특활비까지 챙겨가며, 해외여행에는 또 엄청난 지원이 따른다. 그중 특활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어쨌든 국회의원들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이유는 그만큼 국가와 국민에게 중요한 입법 활동을 하기 때문이고, 또 최선을 다해 일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그러나 20대 국회의 현실은 정반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 년간 국회는 툭하면 보이콧이라는 자물쇠가 채워졌고, 그 결과 국회에 묶여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법률안이 만 건을 넘어섰다. 그런 와중에도 여야 쟁점법안이라든지 때로는 언론에 의해서 집중 보도된 사안에 대해서만 생색내기 식으로 처리가 됐다.

‘앉을 권리법’ 10년간 방치…쟁점 법안만 관심있는 국회 (KBS 뉴스 9 보도화면 갈무리)

KBS 뉴스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이처럼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해서 보도했다. 국회가 자신의 임무를 저버리고 발의된 법안을 얼마나 무성의하게 방치했으며, 또 이슈가 발생했을 때 앞 다퉈 전해졌던 법안들이 얼마나 많이 국회에 쌓여 있는지를 추적했다.

KBS가 이처럼 국회를 다룬 이유는 분명했다. 국회가 처리하지 않은 법안들이 마트 판매원, 데이트폭력 피해자 그리고 오너 리스크에 손해를 봐도 하소연할 곳 없는 자영업자 등 약자들을 위한 것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부조리의 공식은 국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힘없고 가난한 국민은 국회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있다.

이처럼 발의된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책임은 법사위에 있다. 법사위를 통과해야 본회의에 상정이 되는데, 법사위가 여야 간의 쟁점을 다투면서 더 많은 민생법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국회 계류 법안이 만 건이 넘는다는 것은 역대 최악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법사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서 차지해 앞으로도 여전히 법안 처리는 매우 저조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을 낳고 있다.

‘앉을 권리법’ 10년간 방치…쟁점 법안만 관심있는 국회 (KBS 뉴스 9 보도화면 갈무리)

현재로서는 국회가 갑자기 달라질 희망은 없다. 그나마 희망은 언론에 있다. 법안이 만 건이나 쌓이는 동안에도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안건들은 억지로라도 통과가 된 사례들이 있었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민주당 홍영표 대표가 말한 것처럼 일하지 않는 국회라도 ‘쟁점법안’에는 전력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쟁점을 만들면 되는 것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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