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의 전설 김영희CP의 귀환과 함께 과거 영광을 재현키 위해 야심적으로 시작되었던 단비가 9개월 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첫 번째 단비천사 한지민과 함께 예능 최초로 아프리카로 날아간 단비는 물배를 채울 수도 없는 지독한 식수난에 허덕이는 잠비아에 정말 단비같은 첫 우물을 파는 것으로 예능같지 않은 예능 단비는 그 뜻깊은 첫발을 떼었다.

나는 일찍이 단비를 “예능에 가둘 수 없는 사랑”이라는 표현을 썼다. 공익이라는 이름의 예능이 비단 단비만은 아니지만 단비는 다른 공익과 구분 지을 특별한 무엇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 혼자만의 감동과 환호는 아니었다. 잠비아 편이 나가는 동안 세상은 단비를 칭찬하기에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칭찬과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첫 회 8.3%%라는 기적 같은 시청률은 다음 회부터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해서 그 후로 다시 회복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단비가 계속해서 만만치 않은 제작비를 들여 해외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제작 스폰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단비의 시청률에 지친 탓인지 제작 스폰서의 일차 계약이 끝나고는 재계약이 되지 않아 종영소식이 전해졌다.

종영이라는 현실에 봉착한 단비의 모습은 그대로 각박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것 같아 우울함을 던져주었다. 단비가 마지막으로 찾은 베트남 덤산마을에 어린이들을 위해 축구장과 유치원 그리고 정수시설을 만들어주고 단비는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단비 종영편에는 ‘9개월의 대장정 희망의 마침표를 찍다’라고 로고로 밝혔지만 나는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우리 사회의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단비는 종영 이후 시간대를 옮겨서 다시 재개할 희망적인 소식도 전해진 바 있듯이 일밤이 아니라도 다른 요일에 부활할 것이라는 희망을 부여잡게 된다. 지난 9개월 동안 단비에는 6억 원이 넘는 단비방울이 모였고, 그중 2억8천만 원을 나눴다. 아직 3억 4천여원이 남아있다. 감용만이 마지막 내레이션을 한 단비 에필로그에서 밝혔듯이 단비는 그 남은 방울 때문에라도 언제고 다시 나눔을 실천할 것이다.

단비는 그동안 세상의 가장 어려운 곳들을 찾았다. 지진을 통해 대재앙을 맞은 아이티까지도 급히 찾아가는 기동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비가 찾아가야 할 곳은 아직도 너무도 많다. 지구상에 가난이라는 재앙이 멈추지 않는 한 단비의 나눔은 더 이상 피원조국이 아닌 원조국으로 변모하는 대한민국의 임무이기도 하다.

단비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비밀’이 아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진실한 약속’으로 반드시 다시 배낭을 꾸려야 할 것이다. 동 티모르 시카마을 어린 손가락과 걸고 약속한 것을 결코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단비천사로 참여하는 스타들도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고생스러워도 정말 진심어린 마음을 보였던 단비는 제작진 역시 계속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방송 제작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단비의 나눔 소망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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