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 가운데 성과 이름을 합쳐 네 자인 선수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범상치 않은 이름답게 그는 첫 A매치 평가전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는 상대 수비수의 허를 찔렀고, 마침내 그는 2005년 박주영에 이어 5년 만에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는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련을 딛고 마침내 그토록 바랐던 대표팀 태극마크를 달면서 한국 축구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는 바로 차세대 중원사령관, 윤빛가람(경남) 선수였습니다.

윤빛가람의 최근 기세가 아주 대단합니다. 지난 11일 나이지리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볼 트래핑을 안정적으로 한 뒤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터트린 데뷔골은 강렬한 인상 그 자체였습니다. 또 소속팀에서도 14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최근 3경기에서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경남의 1위 복귀에 큰 힘을 보탰습니다. 조광래 감독의 조련 속에 완전히 새로운 선수로 거듭난 윤빛가람은 3년 전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 미래의 황태자가 되기를 꿈꾸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말 한 마디에 3년간 잊혀진 선수로 전락

▲ 윤빛가람 ⓒ연합뉴스
사실 윤빛가람은 지난 2007년 17세 이하(U-17)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까지만 해도 현재의 기성용, 이청용에 버금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선수였습니다. 패스, 킥 능력 등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나이답지 않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알렸던 선수였지요. 더욱이 당시 U-17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렸기에 윤빛가람에 대한 조명은 상당했고, 그만큼 기대감도 컸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회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했던 말 한 마디가 유망주였던 그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K-리그는 재미없다" "국내 선수 중에서 존경하는 선수가 없다"고 했던 윤빛가람은 한순간에 'K-리그, 국내 축구를 무시하는 건방진 선수'라는 오명을 써야 했습니다. 이후 적극 해명에 나서는 등 회복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대회 내내 비난, 악플에 시달리면서 이렇다 할 활약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 대회에서 한국은 주최국이었음에도 1승 2패로 조별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이후 윤빛가람이 태극마크를 다는 모습은 한동안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기대주가 한 순간에 국내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찍혀 있었던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윤빛가람은 대학에 가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목 부상을 심하게 당하는 등 2년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고개를 떨궈야만 했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윤빛가람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시련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지난해 9월, U-20 월드컵에서 뛰었어야 했던 윤빛가람은 평범해진 실력에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U-17 대표를 뛰며 함께 활약했던 김민우, 오재석, 윤석영 등이 8강에 오르는 것을 그저 TV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조광래 감독과의 운명같은 만남, 그리고 다시 찾은 기회

그러나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K-리그 드래프트를 신청한 윤빛가람은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고 2순위로 경남에 입단했습니다. 1순위가 아닌 2순위여서 다소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겠지만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만큼 입단한 것만으로도 윤빛가람에게는 기회나 다름없었습니다. 물론 'K-리그가 재미없다'던 옛 발언을 어떻게든 잠재우기 위해서는 K-리그에서 뭔가를 보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서 말입니다.

윤빛가람에 대한 경남의 기대는 컸습니다. 이른바 '윤빛가람 프로젝트'를 가동할 만큼 팀의 간판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조광래 감독은 "기술과 재능이 좋다"면서 윤빛가람의 잠재성을 실제 실력 향상으로 키워내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같은 노력은 단 3개월 여 만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힘들어보이는 듯 했지만 어느새 자신의 기량을 찾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경남의 빛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그리고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태극 마크 기회는 운명처럼 찾아왔고, 첫 A매치에서 그것도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등과 선발 출장해서 강력한 데뷔골도 집어넣으며 그야말로 승승장구를 달리게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1년도 채 안 된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고, 그렇게 그는 다시 한국 축구의 핫이슈, 기대주로 다시 떠오를 수 있었습니다.

윤빛가람의 강점은 뛰어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정교하고 빠른 패스 플레이와 움직임이 좋다는 것입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윤빛가람은 대표팀에 적응하는데 상당히 짧은 시간(2일)동안에 마치 몇 년을 함께 한 것처럼 경기 내내 날카로운 패싱과 과감한 슈팅으로 공격력을 과시하며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후반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데뷔전 치고는 상당히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아시안컵 나아가 2014년 월드컵 예선이나 본선에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이것이 한동안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렇게 윤빛가람은 조광래 감독과의 운명적인 만남 덕분에 대표팀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물론 아직 나이가 어린 선수인 만큼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는 모를 일이고, 그만큼 선수 본인이나 조광래 감독, 김귀화 경남 감독대행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축구 천재로 불렸던 선수들이 오히려 성인 무대에 가서 이렇다 할 활약상이 없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선수 관리, 육성만큼은 국내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조광래 감독 아래서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윤빛가람이 더욱 떠오를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빛을 내며 흐르는 강'이라는 그의 이름 뜻처럼 한국 축구의 진정한 빛으로 거듭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윤빛가람의 미래를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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