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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직장 내 성폭력 처리·제도 개선 위해 '성평등센터' 신설조사·징계요청 권한 두고 이사들 간 공방... 일부 이사 '성평등' 명칭 문제 삼기도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07.18 22:05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직장 내 성추행·성폭력 사건의 조사와 피해자 보호, 성평등 제도 개선 등을 전담하는 별도 기구인 '성평등센터'를 신설했다. 국내 방송사 중 최초 사례로 KBS는 성평등센터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외부 전문가 자문을 구하는 등 운영규정 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조사권과 징계요청권을 포함하는 성평등센터의 운영규정과 관련해 소수이사들이 감사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어, 센터의 권한이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수이사 중 이번 KBS 이사 공모에 지원한 조우석 이사는 "성평등은 동성애와 동성결혼, 소아성애, 수간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성평등센터를 만든다는 게 이를 권장·보호하겠다고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KBS 사옥 (KBS)

18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는 성평등센터 신설과 관련한 직제규정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돼 원안대로 통과됐다. 앞서 KBS는 사내 적폐청산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산하에 성평등 소위를 두어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진미위의 권한이 비대하며, 감사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소수이사들의 지적에 별도 기구에서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KBS는 이사회 의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성폭력센터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대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성평등 자문 위원회를 운영해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또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의 예방을 위해 성폭력 예방지침 및 사건 처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연간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및 방지조치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성평등 센터 신설과 관련해 진미위 출범 과정에서 불거졌던 '감사권 침해'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소수이사들은 조사와 징계요청 권한을 포함하는 성평등 센터의 운영규정이 KBS 감사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다수이사들은 사내 직원의 비위 행위 정황이 발견됐을 시 조사와 징계요청 권한은 사장으로 대표되는 경영진에 있으며, 감사의 역할은 경영진이 조사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이를 감찰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조용환 이사는 "예를 들어 KBS 내부에서 어떤 직원의 범죄정황이 발견됐을 때 감사가 이를 조사하지 않으면 사장이 직원들을 시켜 조사하지 못하는건가"라고 반문하며 "기본적으로 범죄와 같은 잘못이 생기면 그걸 조사해서 징계를 하든 고소를 하든 책임은 사장에게 있는 것이다. 감사의 일은 사장이 제대로 조사를 못할 수 있으니 이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이사는 "감사만이 조사와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 논리에 어긋나는 얘기"라며 "회사의 징계·조사 권한은 당연히 사장에게 있다. 개별조사든 상설조직이든 경영자의 경영권 판단에 속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형철 이사도 "성평등 문제는 KBS라는 조직 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많은 제작진이 있고 그 외 정규직·비정규직·일용직 등 갑을관계가 형성돼 있어 성폭력 등이 잠재적으로 있다. 정보를 다루는 조직이다 보니 비밀유지가 잘 안 돼 2차·3차 피해들도 많이 발생한다"며 "조사를 감사가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면,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시 검사한테 바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전문인과 함께하고 싶어한다. 때문에 이미 많은 조직들이 전담부서를 만들어 성폭력위원회 등에 보고해 징계를 한다"고 반박했다.

일부 소수이사는 '성평등'이라는 명칭이 잘못됐다며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조우석 이사는 "'성평등센터'라는 이름은 잘못됐다.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성평등이란 동성애, 동성결혼, 소아성애, 수간까지도 포함한 개념이다. 그러면 우리가 성평등 센터를 만든다는 게 이를 권장·보호하겠다고 만들겠다는 것인가. 중립적인 말로 바꾸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 이사는 "국민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 시청자와 국민에게 동성애를 권장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당장 명칭을 바꿔야 한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용환 이사는 "성평등을 얘기하는 것과 동성애를 권장한다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KBS 직원 중 동성애자가 있을 경우, KBS 내부에서 성 정체성으로 부당하게 희롱이나 폭행을 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동성애를 수간·소아성애 등과 같은 반열에 놓고 비하하는 얘기가 공공기관 이사회에서 나오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평등센터 신설 관련 직제규정 개정에 대한 다수이사와 소수이사간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결국 소수이사들은 표결을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변석찬, 조우석, 차기환 등 소수이사들이 이사회 자리를 떠난 가운데 직제규정 개정안은 재적 6명, 찬성 6명으로 가결됐다. 권태선 이사, 이원일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 불참했다. 김상근 이사장은 표결을 마친 후 "정말 실망스럽다. 일부 이사들께서 퇴장하실 정도의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날 직제규정 개정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KBS 성평등센터는 공식 출범하게 됐다. 그러나 소수이사들이 센터 운영규정과 관련해 표결을 거부할 만큼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어 성평등센터의 독립적인 조사‧징계요청 권한을 보장하는 문제와 관련해 당분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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