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에서 팩트체크의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국내 학자·언론인은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공정성 시비 등 갖가지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 주최로 <2018 팩트체크 컨퍼런스>에서 김필규 JTBC 앵커는 “대한민국에서 팩트체크가 활성화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실무에서는 장벽이 있다. 선거기간에 후보자 발언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면 심의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2018 팩트체크 컨퍼런스

김필규 앵커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후보로 나온 A당 후보의 발언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면 ‘왜 그 후보의 발언만 가지고 팩트체크를 하냐’면서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며 “결국 모든 서울시 후보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면과 방송시간은 한정적”이라며 “한국은 선거철에 팩트체크를 할 수 없고 도약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김시연 오마이뉴스 기자는 “미국의 경우 팩트체크의 결과가 나온다고 소송에 걸리거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선 특정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고 판정을 내리는 순간 난리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의 전화, 소송, 언론중재위 조정신청 등 많은 걸림돌이 있다”며 “팩트체크가 직면한 상황이 엄혹하다”고 밝혔다.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는 “한국은 팩트체크 기관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언론사 편집국 내에 있다”며 “독립적인 단체나 조직이 더 생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팩트체크 제도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연대와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하지만 한국에는 경쟁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자동화가 된다고 하지만 결국 최종 판단은 인간 팩트체커가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팩트체크를 하는 이상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날 컨퍼런스빌 기조연설자인 아데어 듀크대 교수는 “향후 팩트체크 자동화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공정성 시비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데어 교수는 미국의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창안자로 2009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가 고안한 ‘진실검증기’는 “거짓 정보”를 6단계로 구분하며 단순한 시각적 효과로 독자의 쉬운 이해를 돕고 있다. ‘진실 검증기’는 세계의 많은 팩트체크 센터에서 도입했으며, 한국의 SNU 팩트체크도 유사한 방법을 쓰고 있다.

아데어 교수는 “팩트체크 시스템을 구글, 네이버 등의 포털이나 방송과 연결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간 팩트체크는 디지털기술 발전과 함께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즉각적인 팩트체크를 위해 사실 검토 자동화 툴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화 팩트체크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도 내놨다. 아데어 교수는 “예컨대 음성을 문서화 해 팩트체크의 수고를 덜 필요가 있다”며 “로봇이 방송 뉴스를 검토하고 문제가 있어 보이는 문장을 검토자에게 보내는 시스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경우 검토자가 원하던 문장을 로봇이 찾아주고, 검토자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현재 여러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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