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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의 잉글랜드 vs. 2002 한일월드컵의 독일[미디어비평] 나루세의 不老句
나루세 | 승인 2018.07.17 14:34

1990년 이태리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4강 진출에 성공한 잉글랜드는 3,4위전에서 조별 예선 맞상대였던 벨기에에 또 다시 패하면서 최종 성적 4위로 마감하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탈락, 유로 2016에서 축구의 변방 아이슬란드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던 잉글랜드 대표팀에 거는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단시간에 팀을 정비하는 데 성공하면서 '뻥글랜드'로 상징되던 잉글랜드 축구에 세밀함과 다이내믹함을 더하게 된다.

사우스게이트 감독 [EPA=연합뉴스]

16강전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넘어서고, 8강에서는 월드컵에서 지독한 징크스를 안겨주었던 거북한 상대 스웨덴을 완벽히 제압하면서 잉글랜드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까지 넘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4강전 맞상대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던 크로아티아였기 때문에 잉글랜드의 기대감은 근거가 충분하였다. 그러나 선제골을 넣고도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잉글랜드는 28년 만의 월드컵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잉글랜드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의 개리 리네커 이후 32년 만에 득점왕(해리 케인)을 배출하였다. 그리고 역대 월드컵 출전 사상 최다인 12골을 기록하였다. 주전 멤버 대부분이 90년대 태생이어서 향후 최소 5년은 지금 세대들로 더 나은 도약이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대회 잉글랜드가 거둔 성적에 대한 영양가 검증은 필요해 보인다. 잉글랜드가 속했던 G조는 벨기에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 (튀니지, 파나마)의 전력이 다른 조에 비해 부담이 덜하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잉글랜드와 같은 조에 속했던 팀들(이탈리아, 우루과이, 코스타리카)과 비교할 때 편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AP=연합뉴스]

이번 대회 잉글랜드가 기록한 12골 중 8골이 대회 초반 2경기(튀니지전 2골, 파나마전 6골)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토너먼트에서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스웨덴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2-0 완승을 거둔 부분은 인정받아야 할 성과이다.

그러나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에서 '꿀대진'이라는 수혜(?)를 받았음에도 결승에조차 오르지 못한 것은, 벨기에나 크로아티아 등과 같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완벽한 공격전개 능력을 보여준 팀들을 넘어서지 못한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크로아티아와의 4강전에서 1-0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해리 케인이 결정적인 찬스를 살렸다면 경기 양상은 다르게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PK 3골과 행운의 골이 가미된 케인의 득점력의 한계를 보여준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잉글랜드의 대진과 경기력을 보면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준우승을 기록한 독일이 연상된다. 당시 독일은 1998 프랑스 월드컵 8강에서 크로아티아에 0-3 참패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유로 2000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세대교체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던 독일은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사우디 전에서 무려 8골을 퍼부으며 침체에서 벗어나는 전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아일랜드와의 무승부, 카메룬 전 3-0 승리 이후 독일의 경기력은 침체된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독일의 2002 월드컵 결승진출에 숨은 공로자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 16강에서 이탈리아, 8강에서 스페인 등 당시 유럽 출전국 중 최강 클래스로 거론되던 팀들을 대한민국이 차례로 침몰시키면서 상대적으로 독일은 '꿀대진'의 수혜를 받을 수 있었다. 16강 파라과이, 8강 미국, 4강 대한민국을 상대하면서 독일은 유럽의 강호들을 모조리 피하는 행운을 얻었던 것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독일은 2002 월드컵에서 유럽팀을 상대로 1승도 거두지 못하였다. 유일한 유럽팀과의 맞대결은 아일랜드 전이었는데 이마저도 1-1 무승부에 그쳤다.

환호하는 잉글랜드 선수들. [AP=연합뉴스]

결승전에서 주력 선수인 발락이 경고누적으로 출장이 제외된 공백을 절감하며 독일은 브라질에 우승컵을 내주었다. 독일 축구가 본격적으로 부활에 시동을 거는 것처럼 보였지만 2년 뒤 유로 2004에서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 라트비아, 체코 등을 상대로 2무 1패라는 저조한 성적표로 대회를 일찍 마감한다. 특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체코전에서는 이미 8강 진출이 확정된 체코가 1.5군을 내세웠음에도 역전패를 당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하였다.

잉글랜드도 지금 멤버가 진정한 황금세대란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2년 뒤 유로 2020에서 4강 이상의 성과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은 프랑스, 벨기에의 경기력을 넘어서는 것이 잉글랜드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다.

대중문화와 스포츠는 늙지 않습니다(不老).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맛깔나게 버무린 이야기들(句), 언제나 끄집어내도 풋풋한 추억들(不老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루세의 不老句 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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