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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을과 병의 연대를 호소하며[기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상지대 초빙교수 | 승인 2018.07.17 13:17

오호통재(嗚呼痛哉)입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라도’ 인정해주겠다는 최저임금제도가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이렇게 난리인가요. 지금 최저임금으로 살아보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다고 제일 먼저 소리칠 것이 분명한 자유한국당, 재벌‧대기업 집단, 수구‧기득권 언론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나라와 한국경제가 곧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떠는 꼴이 가증스럽기만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보면 마치 한국의 최저임금이 엄청난 임금을 받는 ‘최고임금’인 줄 알고 착각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벌‧대기업들과 부동산 부자‧슈퍼리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부와 탐욕의 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들의 탐욕으로 인해 대다수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이 제대로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치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을 배려하는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을 공격하고 나아가 을들끼리, 을과 병끼리 싸움을 부추기는 작태는 실로 위선적이라 할 것입니다.

이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결국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에 대한 평가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경제민주화 조치가 병행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 뿐입니다. 결국 한국의 경제문제는 최저임금이 전혀 아닙니다. 이번 최저임금 논란의 가장 큰 원인도 재벌‧대기업들의 탐욕과 경제력 집중, 그리고 그로 인한 양극화와 불평등‧민생고의 심화라 할 것입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알바연대 회원들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불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또한 최저임금제도와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도 과장되거나 잘못되어 있습니다. 실제 전체 자영업자가 600만 명 안팎인 상황에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0만 명쯤이기에 나머지 고용원이 전혀 없는 440만 명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가 다 죽어간다는데, 오히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숫자가 늘어났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자유한국당과 수구‧기득권 세력의 선동대로라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숫자는 줄어들어야 할 것인데 오히려 늘어났습니다.(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 전년 3분기 대비 5.9% 줄어든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는 각각 4.1%, 4.0% 늘어났음)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어려워졌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월급 기준으로 174만 5150원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교육비‧의료비‧주거비‧통신비‧이자비가 최악인 나라에서, 가계부채가 무려 1,400조가 넘어선 이 나라에서 올해는 157만원으로, 내년엔 174만원의 월급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최저임금으로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이 분명한 그들이, 마치 최저임금 때문에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대는 바람에 결국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지연됐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가피하게 속도조절까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10.9% 오른, 실제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어 전체 평균 인상율은 10%도 안 되게 오른 최저임금을, 최저임금제도를 비난하는 이들의 저의는 무엇일까요?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매년 논의될 최저임금 인상율을 억제하기 위한 고도의 정략적 계산으로 이를 통해 소득주도형 경제성장론과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훼손할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히, 그들은 최근의 일부 편의점주들의 생존권 위기 호소를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제도를 공격하고 음해하는 것으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의 편의점주‧가맹점주들의 생존권 문제를 분석해 보면 문제의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는 게 자명합니다. 

편의점‧가맹점주들의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 상황, 공정거래조정원 등의 통계를 종합하면, 실제로 이들에게 가증 큰 고통과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로열티 및 본사 폭리, 과도한 임대료와 짧은 상가임차인 기간,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업종별 과다출점, 과도한 통신비용, 그리고 대부분의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의 과도한 이자율과 이자비용 등으로 나타납니다. 즉, 인건비에 비해 이와 같은 과도한 지출비용이 2배가 넘습니다. 거기에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 공통으로 재벌‧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침탈, 기술 및 특허탈취로 시달리고 있고, 재벌대기업들과 거래 또는 협력 관계에 있는 경우는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와 늦게주기 등의 갖가지 갑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의 또 다른 배경은, 중소상공인들이든, 최저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들이든 그 정도의 수입으로는 생존과 생활이 어려운 사회적 조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동자‧서민‧청년‧중소상공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이자 문제입니다. 이 문제만 해결되었다면 이렇게 논란이 격화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이자비 걱정과 부담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친환경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무상의료, 전월세상한제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확충, 이자율인하, 예대마진폭리규탄 등의 활동을 지금도 전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 정책은 매우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대책이 같이 가야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것을 또다시 절감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일관되게 사회경제적 약자 보호와 노동자‧서민‧청년‧중소상공인들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장기간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국의 을들과 병들께 호소합니다. 이미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끼리 조금이라도 싸울 일이 전혀 아닙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상지대 초빙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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