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편의점주 등 영세자영업자들을 편들고 나서는 모습이 어색하고 한편으로 우습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놓고 편의점이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일각에서는 일반 식당들이 임금인상에 대한 타격이 더 큰데 왜 편의점이 유독 큰소리를 내느냐고 비판하는 말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편의점주들이 예년과 달리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속사정이 있다.

편의점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자들이 힘든 이유는 일반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가맹본부가 가져가는 높은 비율의 가맹수수료, 편의점 가맹본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출액의 30%에서 35%까지로 매우 높다. 그리고는 역시나 임대료 부담이 크다. 그 다음으로 보통 5명으로 교대근무를 하는 알바생들의 인건비가 편의점 지출의 큰 부분이다.

정확히 보자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편의점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그럼에도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편의점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설득력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비단 편의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두의 공통 숙제인 까닭에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편의점 본사는 오히려 성장…과다 경쟁 속 상생 방법은? (KBS 뉴스9 보도 화면 갈무리)

또 매년 최저임금 인상 때 항상 조용하던 편의점주가 왜 이번에는 떠들썩하게 반대 입장을 들고 나섰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궁금증의 대부분을 KBS가 비교적 상세하게 풀어주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작년 유통업계의 성장은 편의점업계가 이끌었다. 대형마트(-0.1%), 백화점(+1.4%)등은 예년에 비해 소폭 상승하거나 혹은 오히려 매출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편의점업계만 홀로 10.9%라는 높은 성장을 보인 것이다.

편의점업계의 매출신장을 보면 장기불황이라는 말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거기에는 모두가 알만한 이유가 있었다. 편의점업계가 나홀로 매출성장을 하게 된 것은 편의점의 폭발적 증가 덕분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편의점수는 인구수가 두 배가 넘는 일본을 따라잡을 수준으로 증가했다. 편의점 왕국 일본의 점포수가 55,395개인데 한국은 40,192개로 알려졌다.

어쩌다 ‘편의점 공화국’이 됐나…사실상 출점 무제한 (KBS 뉴스9 보도 화면 갈무리)

문제는 이 편의점수도 현재 꾸준히 증가추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물론이고 주택가 뒷골목까지도 편의점이 들어서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편의점이 새로 생겼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KBS가 보도한 여의도의 한 건물의 실태는 이런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건물의 규모까지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한 건물에 편의점이 무려 7개나 있었다.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공급과잉의 결과는 명확하다. 편의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된 편의점 수익이 진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진작 이 문제에 어느 정도의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다. 올해 초 개정된 가맹 표준계약서에 의하면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맹점주가 본부에게 가맹금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편의점주들이 처음부터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몰랐을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 편의점 논란이 무작정 최저임금 인상에서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본질적 문제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편의점주들도 정부 성토에서 한 발 물러서는 동시에 가맹본부에도 발언을 사기 시작했다.

어쩌다 ‘편의점 공화국’이 됐나…사실상 출점 무제한 (KBS 뉴스9 보도 화면 갈무리)

또한 현 사태의 책임소재를 밝히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일하지 않는 국회다. 현재 국회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백여 건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법률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국회에 쌓인 미처리 법안이 만 건을 넘어섰다. 진작에 해당 법안들이 처리되었다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받는 편의점주들의 압박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었을 수 있다. 특활비 정도가 아니라 세비 전부를 반납하고 석고대죄를 할 일이다.

이런 마당에 일부 언론이 최저임금 논란을 부추긴다고 해서 ‘최저임금 폭주를 막겠다’는 식으로 나선 국회의원들이 있다. 그것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망선거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두 당의 의원들이 뭉쳤다고 한다. 선거를 통해서 아무것도 배우지도, 깨닫지도 못한 것이 한국 국회의 참담한 현실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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