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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가수보다 심한 2주짜리 가요의 비밀[블로그와] 들까마귀의 통로
들까마귀 | 승인 2010.08.12 11:06

MBC 뉴스의 보도에서 시작된 5초 가수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가요계를 점령한 아이돌 그룹 열풍 이면에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던 명칭 이였죠. 점점 늘어만 가는 그룹 구성원의 숫자와 그에 반비례해 줄어드는 개인 소화 파트, 그리고 노래 부르는 능력과는 상관없이 ‘가수’의 타이틀을 비꼬는 5초만 노래하는 가수에 대한 손가락질입니다. 가수라는 개념에 대한 다른 입장과 취향에 따라 조심스러워야 할 필요는 있지만 5초 가수에 대한 지적은 확실히 되새김질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좀 더 다른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2주 노래에 대한 것이죠.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대답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이 기묘한 혼잡을 말하고 싶은 거죠. 도무지 어떤 차트를 신뢰해야 하고, 어떤 순위가 공신력을 가진 것인지에 대한 말은 논외로 하더라도 2010년의 여름을 대표하는 곡이 무엇인지, 6월부터 8월까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가 무엇인지를 대답하기 위해선 수많은 노래와 가수들의 이름을 뒤지며 머리를 굴려도 쉽사리 정답을 말할 수 없습니다.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노래의 유통기한이 짧아졌다는 말입니다. 비교적 명확한 집계가 가능한 음원 순위를 기준으로 보아도 짧으면 3~4일, 길어봐야 2주가 넘지 않는 이른바 3일 노래, 2주 가수들이 넘쳐나고 있어요. 이 가수의 신곡이 나왔다 싶으면 다른 화제의 신인이 그 관심을 덮어 버리고, 또 다른 거물이 등장해서 선두 자리를 빼앗아 버리는 아옹다옹하는 현상이 벌써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공중파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매주 새로운 얼굴을 1위 수상자로 발표하고 있고 그 이름도 방송사마다 가지각색입니다. 이런 혼잡한 양상은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여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가장 단순한 대답은 지금 활동하고 있는, 혹은 활동대기 중인 가수들이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상수로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1세대 아이돌 시대의 세례를 받고 오랜 연습생 시간을 거친 이들은 저마다의 훈련기간을 마치고 호시탐탐 데뷔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죠. 적체되어 있는 이들 가수 지망생들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돌 그룹의 데뷔, 혹은 신인들의 등장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고 가수의 타이틀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갈 것입니다.

빠르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한없이 가벼운 곡들의 인스턴트식품 같은 생명력도 그 유통기한을 점점 더 짧게 만들어 버립니다. 아주 익숙하게 귀에 들어오지만 그 인상이 한 달을 버티지 못하는 핸드폰 연결음용 음악들은 유사한 복제품들을 끊임없이 양산하면서 불리고 들리고 버려지는 소비재로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곡들을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진 형편에서 가수들은 끊임없이 작곡가와 기획사들의 조종에 따라 곡과 안무를 익히고 버리고를 반복하는 것이죠. 아이돌의 오랜 연습 기간은 어쩌면 이런 빠른 옷갈아 입기에 적합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요 몇 달간 급격하게 짧아진 곡들의 수명은 이렇게 여러 번 지적되어온 시각 말고 좀 더 다른 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문제인 것들이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던 상수였던 것들일 뿐이고, 이런 것들 외에 왜 갑자기 요 두 달 사이에 곡들의 교체 속도가 빨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따로 필요하다는 말이죠.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전 조금은 특이한, 하지만 당연한 문제의 발생이 2주 가수들을 양산하는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일어난 지방 정부의 교체, 혹은 지자체들의 정책 변화가 그 이유이죠.

   
 
가요계를 말하는데 웬 생뚱맞은 정치 이야기냐구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지방 정부의 교체 이후 일괄적으로 과도했던 행사들, 축제들의 수가 줄거나 예산 절감 시도가 일어나고 있거든요. 이른바 빚잔치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과도하게 부풀어 올랐던 지방 축제들이 비용 절감을 외치고 있는 각 지자체들의 변화에 의해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거나 그 규모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전국을 누비며 행사 소화에 여념이 없었던 가수들의 스케줄 표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구요. 그들이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주요한 버팀목중 하나가 확실하게 소멸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이제 유일하게 남은 소득원인 음원 수익에 목숨을 걸게 될 수밖에요. 한 두곡을 히트시키고 그 노래를 기반으로 이런 저런 행사에서 부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이젠 되도록 많은 곡을 빠르게 소화시켜 그 단기 수익을 노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그동안 축적해온 유명세와 능력을 토대로 아애 해외진출을 노리던가요. 어차피 특정한 가수의 팬 층을 제외한다면 신곡을 위주로 무의식중에 내려 받는 음원 시장의 사정상 유리한 것은 좀 더 새로운 노래가 될 것이고, 그러니 그 유통기한은 점점 더 짧아질 수밖에요. 갈수록 짧아지는 복귀 주기, 디지털 미니 앨범만을 양산하는 가수들, 신곡이 범람하는 가요계의 속에는 이런 단기 음원 수익에 올인할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린 다급한 소속사들의 사정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만큼 지금의 가요계의 수익 구조가 엉망으로 꼬여 버렸다는 말입니다. 점점 줄어가는 행사, 팬들의 팬서비스를 위한 것 외에는 의미가 없어진 오프라인 음반 발매, 무차별적으로 신곡을 선호하며 소비되는 음원들. 그리고 이런 짧은 소비 구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자신의 활동 기간이 얼마나 보장되던지 간에 언제든지 데뷔할 준비가 되어 있는 수많은 아이돌 예비군들은 조금씩 확실하게 한국 가요계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빠르게 사라지는 유행의 소비재처럼 되어 버린 3일짜리 혹은 2주짜리 노래와 가수들을 보고 있으니 점점 더 그들의 노래와 가수를 이어 붙이기가 머리 아파지는군요. 이래서야 가수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점점 더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들까마귀  raven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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