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이하 공동대책위)가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에 대해 자극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며 해당 리스트를 공개, 해당 언론사들에 대해 "최소한의 성폭력 보도 가이드를 다시 확인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사건 당사자인 김지은 씨는 증인신문 이후 언론 보도 등에 대한 2차 피해를 호소하며 불면증으로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은 씨측 변호인은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재판에서 "김씨가 피해자 증인신문 이후 자책감과 불안감 등으로 불면증을 겪으며 입원치료 중"이라며 "안 전 지사 측의 증언이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 검찰 측 증인은 비공개로 신문해 중요한 증언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안 전 지사 측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보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서 성폭력 혐의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회원들이 '증인 역고소'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안 전 지사 4차 공판에서는 안 전 지사측의 증인들이 증인신문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증인들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피해자가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성폭력피해자라면 늘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등의 증언을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김지은 씨가 직접 호텔을 예약했다는 안 전 지사측 증언에 언론은 기사를 쏟아냈다. 공동대책위가 발표한 리스트에 따르면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뉴데일리, 한국경제, 국제신문, 서울신문, 중앙일보, 국민일보, 싱글리스트, 뉴스 1, 스포츠한국, 스타뉴스 등의 언론이 11~12일 사이 "김지은 호텔 잡았다", "본인이 직접 호텔 예약"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공동대책위는 "비서는 특히 수행비서는 숙박업소 예약을 업무로 한다. 상사는 그 어느 것도 직접 예약하지 않으며 문의하지 않는다. 이전 비서도, 이후 비서도 하는 업무이다. 이에 대한 증언은 듣지 못했는가"라며 "비서 업무를 수행했던 자에 대한 간음 추행 사건에서 업무 수행 과정을 마치 '합의한 성관계', '비밀스런 관계', '자발적인 관계'의 뉘앙스로 기사를 쓴 보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공동대책위는 "왜 일정과 다르게 굳이 숙박예약을 지시했는지, 공금 출장으로 처리할 수 있었는지, 못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숙박지에서 다른 비서들에게 하지 않았던 위력 행사를 한 바가 있는지 '질문'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며, 질문이 향할 곳은 가해자"라고 언론을 비판했다.

공동대책위는 "도를 넘은 보도, '업무'를 다른 찌라시성 시나리오로 둔갑시키는 제목을 게재하는 언론사는 성폭력 사안을 보도할 자격도 자질도 없다"며 "성폭력 사안은 '보도가이드라인'에 따라 보도되어야 한다. 이같은 언론사들은 최소한의 성폭력 보도 가이드를 다시 확인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대책위는 모든 증인 신문을 공개하는 안 전 지사측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평소 행실에 대한 자의적, 왜곡된 주장을 전시하고 있다"며 "재판은 희대의 삼류 찌라시 기사의 생산지로 돌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은 씨의 증언이 있었던 지난 6일 재판은 김 씨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 진행된 바 있다.

공동대책위는 "피고측 주장에 도움이 되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자의적이고 왜곡되는 주장을 나열하고 편집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성폭력은 없다"며 "대선 후보였던 유력 정치인의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기위해 나선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조각난 가상의 모습, '가상의 스토리'는 도를 넘고 있다. 어떤 피해자가 범죄를 고발하고 나서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