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단비 후속 프로인 ‘오늘을 즐겨라’ 라인업이 발표되었다. 충무로 절친으로 잘 알려진 신현준, 정준호, 공형진 등과 개그맨 김현철과 정형돈 그리고 현재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에 출연 중인 서지석과 빅뱅의 막내 승리까지 총 일곱 명이다. 신현준, 정준호와 절친으로 알려진 탁재훈이 빠진 것이 다소 의아할 정도로 멤버 구성이 기능적 요소보다는 인맥구성이라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먼저 ‘오늘을 즐겨라(아래 오즐)’ 라인업을 보면서 갖는 첫인상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담당 피디는 “첫 녹화를 해보니 좌충우돌하는 부분도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매끄럽지 않지만 가공되지 않는 날 것의 장점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첫째, 메인MC 없는 구성에다가 둘째, 그나마 예능 경험자도 정형돈 단 한 명뿐이라는 점이다. 피디 말처럼 그것이 매일 보는 식상함 대신 신선함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제목 자체는 좀 구식 느낌을 주는 '오늘을 즐겨라'는 전설이 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유명한 대사 '카르페 디엠'을 떠오르게 하는데, 그 제목 때문에 배우가 많은 것인지, 배우가 많아 그런 제목이 떠오르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상에 찌든 시청자에게 일탈의 즐거움을 전달해줄 지 궁금하다.

그러나 신현준, 정준호가 인기 높은 배우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이들이 출연한 예능에서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걸리는 부분이다. 신현준이 탁재훈과 함께 단비 아이티 편에 출연했었고, 신동엽의 맛있는 초대에 신현준, 정준호가 출연했었다. 그러나 고정과 게스트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이기에 게스트 출연을 놓고 이들의 가능성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배우 비중이 절반이 넘어 충무로 버라이어티라고 불러야 할 ‘오즐’의 가장 큰 문제는 메인MC 없는 구성이다. 그나마 예능 경험이 풍부한 정형돈이 여러 면에서 충무로 삼인방에 압도되는 상황 속에서 전체 흐름을 이끌고 가기란 어렵기도 하거니와, 정형돈과 김현철은 자기 몫은 충분히 해낼지 몰라도 흐름을 잡아가는 스타일로 보기는 힘들다. 배우로서 예능에서 성공한 이천희, 박예진의 예가 있지만 거기에는 유재석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런 때문인지 정형돈은 기자간담회에서 “1박2일보다 가을 개편이 두렵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일밤 김영희 CP가 1박2일과 해볼 만 하다고 한 것과는 다른 발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즘 뜨거운 형제들이 큰 활약을 보이고는 있지만 일밤의 조기종영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포맷으로, 어떤 내용을 보여줄 지는 첫 방영일인 22일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공익을 잠정 포기한 일밤의 히든카드 오즐은 오로지 시청률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라인업발표와 기자간담회를 통한 정보는 기대감을 갖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충무로 버라이어티의 장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들은 한 컷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데 익숙하다. 즉 1박2일의 버라이어티 정신을 뛰어넘을 배우정신으로 무장된 베테랑들이다.

김영희 CP 말대로 1박2일과 해볼만 하다면 이 배우정신이 1박2일의 버라이어티 정신을 이겨야 할 것이다. 역사가 깊기로는 배우정신만한 것은 없으며 어찌 보면 버라이어티 정신은 배우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배우정신으로 단련된 충무로팀이 낯선 예능무대에도 잘 적응해주리라 희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우정신이 어떻게 버라이어티로 적응 되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충무로를 지켜야 할 배우들이 드라마도 아닌 예능으로 진출하는 현상이 주는 안타까움도 외면할 수 없다. 최근 신현준, 정준호의 히트작이 없는 것이 이런 결정을 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영화계의 우울한 단면을 보는 것이 가슴 한쪽을 무겁게 한다. 배우정신은 그래도 영화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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